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이 일주일 후 종료된다.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은 오는 19일까지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은 지난달 27일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에서 참석 주주 85.75%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대표를 던진 주식 수 824만4399주에 SK이노베이션이 공시한 매수예정금액 11만1943원을 곱하면 9229억원에 달한다.
합병안에 반대한 주주 대부분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SK 측이 부담해야 하는 매수 금액은 8000억원이 훌쩍 넘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서면 합의로 합병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공시된 상황이다.
사실상 열쇠는 SK이노베이션 지분 6.28%를 보유한 국민연금으로 넘어갔다. 만약 국민연금이 청구권을 전량 행사하면 약 6817억원 규모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매수 금액이 8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커진다.
회사 측은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합병이 무산될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는 합병 임시총회 당시 “한도액(8000억원)은 과거 합병 사례를 판단해 설정한 것이다”라며 “예상한 범위 내에 주식매수청구권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금액이 초과할 경우 이사회와 협의해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금액이 지나치게 많으면 고민이 되긴 하겠지만 회사 내부 현금이 1조4000억원이 넘는 만큼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주식매수청구권을 둘러싼 SK이노베이션 개인·기관 주주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원래 청구권을 행사하면 양도차익에 따른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주가가 2021년 2월 고점을 찍은 후 지속해서 떨어진 상황이라 반대 주주들의 상당수가 양도차손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오는 19일 SK이노베이션 주가가 매수청구가보다 낮을 경우 많은 개인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11일 종가 기준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주당 11만900원으로 매수청구가에 근접한 만큼 이 추세가 유지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매수권 청구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매수청구권을 확보한 기관 투자자들도 행사를 놓고 고심 중이다. 변수는 장이 닫히는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남은 3일 동안 코스피 동반 하락 가능성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5일 블랙먼데이에 이어 9일 또 하락하는 등 장중 2500선이 무너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합병에 찬성한 주주들은 내심 최대한 많은 반대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만큼 자사주 매입 효과가 나서 합병법인의 기업가치가 상당히 오른 채로 출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석유·가스 등 기존 사업에 힘을 주면서 전기차 캐즘(일시정체)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자회사 SK온을 지속 지원하기 위해 사내 유보금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 지주회사인 SK㈜의 합병법인 지분율도 55.9%로 과반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무리해서 자사주를 매입할 요인은 적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줄이기 위한 특별한 행보는 예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SK이노베이션과 SK E&S간 시너지를 강화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약속했다. 이를 위해 통합법인은 '통합 시너지 추진단'을 신설하고 초대 단장으로 추형욱 SK E&S 대표를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