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수립일(9·9절) 76주년을 맞아 대내외 정책 방향을 담은 연설을 했다. 김 위원장이 9·9절 계기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는 핵무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내부 민생경제 발전과 수해 복구 관련 내용에 무게를 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 위원장이 당·정 지도 간부들을 만나 '위대한 우리 국가의 융성 번영을 위해 더욱 분투하자'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번 연설을 국가사업 방향과 관련한 '강령적인 연설'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전문이 인쇄돼 배포된다고 소개했다.
또 "우리 국가는 책임적인 핵보유국"이라며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데 대한 핵무력 건설 정책을 드팀 없이(흔들림 없이) 관철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등을 향한 별도의 대남 메시지는 없었다.
연설 상당부분은 민생 경제 사업 추진 내용에 할애됐다. 특히 김 위원장은 역점 사업인 '지방발전 20×10 정책'에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혹심한 큰물 피해가 발생해 국가적인 사업에 지장도 받고 방대한 역량이 투하되지 않으면 안 됐다"며 지난 7월 말 압록강 지역 수해 규모가 크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기일이 촉박하고 복구 대상과 공사량이 방대하다고 하여 건설물의 질을 떨구면 절대로 안 된다"고 주문했다.
9·9절은 통상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체제를 선전하는 기념일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9·9절은 김 위원장이 연설을 해오던 날이 아니다"라며 "수해 등으로 내부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강령적 연설' 발표로 민심 수습과 함께 각종 사업에서 연말 성과 달성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대외보다는 대내 메시지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결속을 더 강화하고 민심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전반적으로 수해 이후 성과가 미진할 가능성과 성과에 대한 조바심이 저변에 깔린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이 최고인민회의(남측 국회 격) 시정연설을 대신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고인민회의는 통상 1월과 9월에 개최되는데, 올해 하반기는 헌법 개정 사항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말 김 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특수관계'에서 '적대적 두 국가'로 변경하고, 이를 반영한 개헌을 지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