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에서 악역 다스베이더의 목소리를 맡았던 미국 성우 겸 배우 제임스 얼 존스가 93세로 별세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존스의 에이전트인 배리 맥퍼슨은 이날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아 온 존스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뉴욕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영화 ‘라이온킹’에서는 무파사의 자상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팬들에게 각인됐다. CNN 방송 중 흘러나오는 “디스 이즈 CNN”(This is CNN)도 그가 녹음했다.
1931년 미시시피주 시골 마을의 판잣집에서 태어난 존스는 배우를 꿈꾸던 아버지가 일찍 집을 나간 뒤, 6살 때 미시간주의 외조부모 집에 맡겨져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존스는 인종차별주의자였던 할머니의 폭언에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만난 선생님의 도움으로 시를 쓰고 낭독하면서 언어 장애를 극복했다. 결국 그는 미시간대에 입학해 연극을 공부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1960년대부터 뉴욕의 작은 연극 무대에 서기 시작했고, 1970~1980년대에는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 TV를 넘나들며 여러 영화·연극·드라마 작품에 출연했다. 80대 후반의 나이에도 왕성하게 배우 경력을 이어간 존스는 연극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을 비롯해 에미상, 골든글로브를 각각 2차례씩 거머쥐었다.
201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영화인으로서 공로가 인정돼 명예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코트 극장’은 2022년 그의 이름을 따 ‘제임스 얼 존스 극장’으로 개명되기도 했다.
동료 배우들은 존스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스타워즈에서 다스베이더의 아들 역인 루크 스카이워커를 연기한 마크 해밀은 소셜미디어에 “안녕, 아빠”라고 글을 남겼다. 영화 ‘꿈의 구장’에서 존스와 함께 출연한 케빈 코스트너는 “그 웅장한 목소리, 그 조용한 힘, 그가 발산한 친절함. 그의 유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지만 꿈의 구장이 그 일부라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