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다음 달까지 각 지자체로부터 ‘철도 지하화’ 사업 제안서를 받아 연내 선도사업 지역을 선정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결국 재원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업성이 높은 수도권 일부 구간만 진전이 있고, 지방의 경우 사실상 ‘들러리’가 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철도지하화의 핵심인 부지 상부공간 개발에 대한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경원선이 지나는 서울 7개 자치구(노원구·도봉구·동대문구·성동구·성북구·용산구·중랑구)는 최근 '경원선 지하화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철도 지하화와 철도 상부 및 주변 지역 통합 개발 논의를 시작했다.
경기 부천시가 지난 6월 경인선 지하화 관련 용역을 발주한 데 이어 경기 군포시도 이달 경부선(서울역~당정역) 지하화 기본구상용역 중 군포시 구간에 대한 선행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경인선 전체 27㎞ 구간 중 13.9㎞(인천역~부개역) 노선 지하화를 목표로 하는 인천시는 서울시·경기도와 협의해 오는 10월까지 국토부에 경인전철 지하화 사업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철도 지하화 대상 구간은 서울(경부선·경인선·경원선·경의선), 부산(경부선), 대구(경부선), 인천(경인선), 대전(경부·호남선) 등이 있다. 이 중 수도권은 경부선 서울역~당정역, 경인선 구로역~인천역, 경원선 청량리역~도봉산역 등이 해당한다. 서울에는 이외에도 국철 지상구간 경춘선과 중앙선, 2·3·4·7호선 도시철도 지상구간도 있다.
다만, 수도권보다 개발수요가 낮은 지방에서는 재원 확보가 불투명해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사업비는 정부출자기업체 또는 SPC 등 사업시행자 부담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구시는 철도 지하화 사업 참여를 사실상 포기했다. 대구 도심을 관통하는 경부선 지하화 사업비로는 약 8조1000억원이 드는데, 개발 수요와 상부 개발 시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가 낮아 정부 지원 없이는 경부선 지하화 사업비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전시는 현재 도심부를 관통하고 있는 '경부·호남선 지하화' 사업 제안을 준비 중이지만 지역 내 지하화 대상이 경부선 18.5㎞와 호남선 14.5㎞, 대전선 3.5㎞ 등으로 약 6조100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한 상황이며, 부산의 경우 경부선 지하화 대상 구간은 19㎞로 총 8조3000억원의 사업비가 예상된다.
이렇다 보니 연내 발표될 시범사업지는 수도권 위주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경부선 지하화는 사업성이 큰 서울 구간만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받는다고 하지만, 결국 상부 개발 수요가 있는 서울, 수도권에서 선도사업지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막대한 예산이 드는 지하화 사업에 일정 부분 국비가 지원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국토부 측은 국가 차원 재정 지원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부지가 있는 각 지역이 사업성을 잘 따져서 진행해야 하는 사업이며, 국가가 직접 지원해줄 수는 없다"며 "다만 수도권에서 추가 이익이 많이 나올 경우 그 비용을 활용해 필요성이 높은 일부 지방 부지 지하화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철도 지하화 특별법'이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사업을 민자 유치로 추진하려면 현실적으로 땅값이 비싸고 이용도가 높아 사업성 좋은 지역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화두로 확산된 측면이 있는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오는 10월 말까지 각 지자체로부터 철도 지하화 사업 제안서를 접수받아 제안서 평가를 거쳐 올 12월 선도사업 지역을 선정하고, 내년부터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