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인 막내기자는 요즘 정치권에서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인 연금개혁안에 관심이 많습니다. 열심히 벌어들인 돈이 나가는 만큼, 나이가 들어서 꼭 받을 수 있길 바라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얼마를 내고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래서 다소 복잡한 연금개혁안을 파헤쳐 봤습니다.
모수개혁 넘어 구조개혁까지 다룬 연금개혁안...세대 간 차등 인상·자동조정이 핵심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일 공개한 개혁안이 큰 틀에서 '더 내고 더 받는 안'이라는 설명입니다.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6년간 유지돼 온 현행 9%에서 13%로 단계적으로 인상됩니다. '받는 돈'인 명목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상향됩니다.
그토록 강조해 온 재정안정성도 강화했습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장기 운용수익률을 현재 4.5%에서 5.5%로 1%포인트 높이는 겁니다. 이 경우 2056년으로 예고된 기금 고갈 시점을 2072년으로 16년 늦출 수 있습니다.
기금고갈이 가까워질수록 수급액을 깎는 자동조정장치도 도입합니다. 자동조정장치는 가입자 감소율, 기대여명 증가율,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 등을 조정하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가 도입되면 가입자 감소 속도가 빠를수록, 수급자들의 기대여명이 길어질수록 인상률을 낮춰 기금의 지출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정부는 급여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많은 2036년에 이를 도입할 경우 수직적자가 2064년, 기금소진을 현행 대비 2088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세대 간 보험료율 차등 인상도 개혁안의 주요 골자입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50대는 4년, 20대는 16년에 걸쳐 현재 9%에서 13%까지 오르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50대는 매년 1%p,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씩 매년 인상됩니다. 이는 부모 세대보다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았고, 급여를 받을 때까지 더 높은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하는 젊은층의 부담을 낮추기 위함입니다.
與 "모수개혁만으론 안돼...70년 버틸 구조개혁 必"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두고 여야 입장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우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구조개혁안의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22대 국회에서 하루빨리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연금개혁이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답을 낼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그렇지만 미루면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생기고 누군가는 반드시 적기에 해내야 할 개혁"이라며 "이번 정기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모수개혁부터 확실히 논의를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연금특위 위원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안에 더해 구조개혁안의 방향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다층연금제도를 통한 실질소득 강화 및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됐다는 점이 개혁안의 화두"라며 "야당에서 주장하는 모수개혁만으로는 기금 소진 연도를 몇 년 연장하는 데 지나지 않아 연금의 지속가능성과 노후소득 보장, 노인빈곤 해소라는 공적연금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기금 고갈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여야가 합의하는 모수개혁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동시에 내년 정기국회까지 반드시 1단계 구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소득대체율을 44%로 수렴한 데 비해 정부안은 42%로 후퇴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정 안정성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재정과 연금기금의 안정성을 감안하면 44%로 했을 때 겨우 9년 연장된다는 결과가 나왔지 않나. 당 입장에서는 70년은 갈 연금을 구성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상설 특위 구성도 강조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구조개혁은 복지부나 복지위원회 한 부처·위원회로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적어도 5개 이상의 부처가 관련돼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野 "더 내고 덜 받자는 것....외려 노후소득 줄어들 것"
반면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더 내고 더 받는' 안이 아닌 '더 내고 덜 받는 안'이라며 "국민의 노후소득보다 재정안정만을 챙기려는 속내"라고 혹평했습니다.
이들이 '더 내고 덜 받는 안'이라고 하는 이유는 자동조정장치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도입하면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지금보다 더 약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보험료율을 올려도 자동 안정(조정) 장치를 도입하면 실제로 오르는 연금 수령액은 5%에 불과하다"며 "2030년 신규 수급자 기준으로는 연금 수급 총액의 17%가 삭감된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즉 청년세대를 배려한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실제 청년세대에게 불이익이 있다는 것입니다.
세대 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을 두고는 '국민 갈라치기'라고 주장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고 국내에서도 검토된 바 전혀 없는 졸속 정책"이라며 "이 제도가 실제로 청년 세대에게 유리한 제도인지 자동조정 장치 도입으로 청년들 연금액이 깎이는 것을 감추기 위함인지 검증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합리성이 결여된 편협한 발상에 불과하다"며 "'더 내고 더 받으라'는 지난 국회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를 거부하고 그와는 정반대로 '더 내고 덜 받으라'는 안을 내놓고서는 새삼 연금개혁 특위를 구성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소수 야당들도 비판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김선민 혁신당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의 연금개혁을 가로막았던 핑계인 구조개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면서 "결국 보험료율은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재 수준인 42%로 동결하는 모수개혁"이라고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구조개혁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가 단지 모수개혁 정도에 불과한 반쪽짜리 개혁안을 내놓았다는 데 대해서는 굉장한 안타까움을 가진다"면서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하고 제대로 된 국민연금 개혁안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21대 때 간신히 의견 좁혔는데...22대서 무산되나
연금개혁안은 국회를 통해 입법이 돼야 합니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인 셈입니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이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의견 수렴이 쉽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합니다.
앞서 국회는 21대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상당히 긴 공론화 과정을 거쳐 모수개혁에 의견을 좁힌 바 있습니다. 다만 정부여당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최종 합의 도출에 실패했습니다.
정부는 이번에 역대 처음으로 모수개혁을 넘어 구조개혁까지 다룬 연금개혁안을 내놨다고 하지만 야당 입장은 다릅니다. 모수개혁은 후퇴하고 구조개혁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여야 합의는 물론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기까지는 여러 고비를 넘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말 많고, 탈 많은 연금개혁안.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