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산그룹 계열사 간 합병 이슈가 주목을 끌었다.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위해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추진하려던 기존안을 철회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를 분할해 만든 신설법인에 두산밥캣 지분 46.06%를 넘기고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하는 개편안은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안을 철회하게 된 요인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이 1대 0.63으로 책정돼 두산밥캣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다는 점과 금융당국의 정정요구를 통한 압박이 꼽힌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동을 거는 건 긍정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과도한 개입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는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과 관련된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당국의 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워졌다. 앞서 ‘뻥튀기 상장’ 논란을 일으켰던 파두 사태가 원인으로 꼽힌다. 파두가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할 때 증권신고서에 적은 예상치와 달리 저조한 실적으로 주가가 급락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은 증권신고서에 모집·매출에 관한 사항과 사업 내용, 재무·실적, 희망 공모가, 투자 위험 요소 등을 게재한다. 포함된 내용은 투자자의 투자 기준이 되기 때문에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 단, 정정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일정이 지체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아울러 파두가 증권신고서를 낼 당시만 해도 시장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며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여론에 휩쓸려 흔들리는 국내 자본시장과 달리 미국은 세부적인 절차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재무적 사안이 담긴 서류를 증권신고서 제출할 때만 내면 끝이다. 미국의 경우 상장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재무확인서를 갱신해서 발행해야 한다. 주가를 산정할 때도 갱신된 확인서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도 정정요구에 따라 단발적으로 수정하는 게 아니라 절차상 기업상황을 알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으면 한다. 그럼으로써 안정적인 시장 활성화뿐만 아니라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까지 챙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