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6월 특별법 개정이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실행 가능한 대안을 바탕으로 여야가 지혜를 모아 합의안을 도출하는 협치의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21대 국회에서 여야 간 양보 없이 개정안이 폐기된 것과는 달리, 22대 국회에서는 정부의 '피해주택 공공매입 활성화를 통한 주거안정'이라는 대안을 중심으로 여야가 합의안을 마련해 특별법 개정이 이뤄졌다. 필자의 바람대로 극심한 정쟁 속에서도 피해자 지원과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여야가 뜻을 모아 민생 법안을 처리하는 협치의 모범적인 사례가 됐다. 이러한 협치는 위에서 언급한 대안을 비롯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과정에서 여야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전세임대 제도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적인 내용은 피해주택 공공매입을 활성화하고, 매입된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해 피해자들에게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10년간 제공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공공임대가 아닌 다른 주택으로 이주를 원하는 경우에는 그간의 임대료를 제외한 경매차익을 지급함으로써 피해자의 선택권도 강화했다. 이 외에도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지원도 한층 두텁게 했다. 피해주택 매입 대상을 확대해 신탁사기 피해자, 위반건축물 거주자 등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게 됐고, 이중계약 피해자도 지원대상에 포함하는 한편, 피해자 보증금 요건도 완화했다.
또한 임대인의 파산·회생에 따라 진행되는 경·공매도 유예가 가능하도록 하고,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해 보금자리론을 지원하도록 하는 등 기존 지원사항을 확대하고, 지자체장이 피해주택에 대해 안전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이번 특별법 개정을 통해 다양한 개선이 이뤄졌다.
그러나 대책 마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말과 같이 충실한 실행을 위한 디테일을 만들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여야가 특별법 개정을 통해 협치의 모범을 보인 것과 같이 정부는 빈틈없는 집행을 통해 행정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피해자들은 이번 특별법 개정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과연 법이 제대로 실행될지 걱정하는 마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피해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집행을 위한 세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개정안의 핵심인 피해주택 매입이 차질 없이 수행되도록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세심한 매입기준과 함께,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감정가 산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과 인력, 예산의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면밀히 설계된 제도라도 현장에서 여러 제약조건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은 결코 이번 개정안의 효과를 체감할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변화되는 지원 제도에 대한 홍보도 중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대안을 기초로 특별법이 개정된 만큼 빈틈없는 집행을 위해서는 피해자들과의 소통이 지속돼야 한다. 또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각각의 여건에 따라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맞춤형 홍보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려면 정책 대상자와의 신뢰 관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협치의 모범에 이은 행정의 모범이 되기를 다시 한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