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침체 공포가 한 달 만에 재발했다. 미국 제조업 지표 부진 여파에 뉴욕 증시는 9월 첫 거래일을 급락세로 마감했다. 경기 우려가 커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을 단행할지 주목된다.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에 따르면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예상치(47.5)를 하회했다. 주요 경기 선행 지표 중 하나인 제조업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50보다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전월(46.8) 대비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위축 국면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ISM 제조업 PMI는 5개월 연속 50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S&P글로벌이 발표한 8월 제조업 PMI 최종치 역시 47.9를 기록해 전월(49.6)은 물론 전망치(48.0)를 모두 밑돌았다. S&P글로벌 제조업 PMI도 두 달 연속 위축세를 보였다.
잇따른 제조업 지표 부진에 지난달 초 고용 지표 부진으로 촉발됐던 경기 침체 우려가 한 달 만에 되살아났고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M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이 일제히 하락했으며 뉴욕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기술주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인공지능(AI) 칩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실적 부진 우려에다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 소식까지 겹치면서 10% 가까이 급락했고, 이 여파에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은 3.3% 빠졌다. 엔비디아는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약 3000억 달러(약 402조5400억원) 증발했다.
관건은 8월 비농업 고용 지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연준의 빅 컷 기대도 높아졌다. 연준 금리 전망을 추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4일 아시아 시장 기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50bp 인하할 가능성은 41%로 하루 전에 비해 11%포인트나 높아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베이비 컷(25bp 인하) 전망이 대세였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짐에 따라 빅 컷 전망도 높아진 것이다.이 와중에 시장의 시선은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고용 지표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6일 발표될 예정인 8월 비농업 고용 지표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달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경기 침체 우려를 촉발했던 비농업 고용 지표가 이번 달에도 부진하면 빅 컷 전망이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현재 8월 비농업 고용 지표 예상치(로이터 기준)는 취업자 수 16만명 증가(전월치 11만4000명 증가), 실업률 4.2%(전월치 4.3%)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전까지는 25bp 인하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였다면서도 "8월 고용 지표가 매우 부진하게 나오면 경기 침체 우려가 정당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평했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투자책임자(CIO)는 “6일 고용 지표가 경제 회복의 증거가 된다면 미국 증시 랠리에서 뒤처진 기업들 주가가 상승세를 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보다 악화된 지표가 나온다면 성장 가능성이 가라앉았다는 확신을 갖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