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수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경찰의 영상녹화조사 실시율이 올해 4%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이 영상녹화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여파다. 제대로 도입하려면 국회가 증거능력 부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아주로앤피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경찰청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영상녹화조시 실시율(전체 피의자 검거 건수에서 영상녹화가 이뤄진 비율)은 4.7%에 그쳤다.
영상녹화 제도는 검찰이 도입을 적극 추진해온 제도다. 검찰은 2004년 이 제도를 시범 실시했고 이듬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 도입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사개추위는 영상녹화물에 독자적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국회는 2007년 해당 조항을 삭제한 후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형사소송법 제244조에 피의자의 진술은 영상녹화가 가능하다고 규정하는 정도로 그쳤다. 2011년 법무부가 영상녹화물에도 조서에 준하는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지만 유야무야됐다.
법원이 결정타를 날렸다. 대법원은 2020년 피의자 영상녹화물에 대해 "독자적 증거능력을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상녹화물이 수사의 투명성과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인권보장을 위한 수단이 아닌, 수사기관에 유리한 무기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법정에서 사용할 경우 '비디오 재판'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022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까지 법정에서 제한되면서 적극적으로 영상녹화조사를 할 이유가 사실상 없어졌다. 조서를 뒷받침하는 정도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조서 자체가 부인될 수도 있게 돼 이대로면 영상녹화율은 더 낮아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영상녹화가 수사 투명성을 높여 피의자 인권을 보장하는지, 수사기관의 ‘무기’로 작동할지 학계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이면엔 법원과 검찰 간 ‘파워 게임’도 깔려 있다. ‘수사단계’에서 확보한 영상을 ‘법정’의 증언처럼 인정해주느냐에 대해 양측 이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도를 도입할지 또는 폐기할지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예 증거능력 부분을 사개추위안 형태로 되살리는 방안이 있다.
대검찰청은 영상녹화 증거능력 인정을 위한 법개정을 추진 중이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서 “(조서 증거능력 제한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피의자 진술을 법정에서 현출시키기 어렵게 돼 재판 장기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고 보완하기 위해 영상녹화물 본증화(증거화), 조사자 증언 제도 개선, 사법 협조자 형벌 감면 제도 등 다양한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입법 주도권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소극적이다. 가뜩이나 수사기관이 피의자 진술이나 자백에 의존한다고 보고 있어, 검찰 등에 당장 힘을 실어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또 법원도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제도 도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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