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캐즘'(일시적인 수요 정체)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삼성SDI, SK온,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과 하이브리드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하는 등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통해 시장 침체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공장 가동률 저하로 인해 하반기 실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SK온,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793억원에서 크게 감소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2802억원, 19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SK온은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온은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강화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SK온은 글로벌 하이브리드 전기차 시장에서 공급량 기준 3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판매 전략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완전 전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사용 가능한 장점이 있어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ESS의 급성장이 예상되면서 LG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이던 LFP 배터리 공장을 중단하고 미시간주 공장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ESS는 신재생 에너지의 효율적인 저장과 활용을 가능하게 하며 전기차 배터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LG는 ESS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올해 하반기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캐즘 여파로 인해 공장 가동률이 크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상반기 공장 가동률은 59.4%로 지난해 상반기(74.8%)보다 15.4%포인트 하락했다. SK온은 상반기 중대형 전지 생산시설의 평균 가동률이 53%로, 지난해 상반기(97.6%)보다 44.6%포인트 감소했다. 삼성SDI는 상반기 가동률이 76%로 지난해 상반기(75%)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재고자산 회전율은 4.4회로 전년 상반기(5.7회)보다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캐즘 상황은 단기적인 어려움이지만 각 기업이 채택한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하반기에도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