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방문진 신임 이사 선임' 효력 정지…방통위 '올스톱'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방송문화진흥회 신임 이사 임명 집행정지 신청 2건 중 한 건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전면 차질을 빚게 됐다.

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권태선 현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신청한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방문진 이사 지원자들이 낸 신청은 기각했으나 권 이사장이 낸 신청만 인용했다. 이날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등 방문진 이사에 공모했다가 탈락한 3명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은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나진이)가 심리한 끝에 기각됐다.

법원은 방통위가 기존 이사회 임기가 끝난 직후 방문진 이사 임면권을 행사했지만 줄곧 문제가 돼온 '2인 체제' 의결을 결국 인정하지 않았다. 향후 본안 소송이 남아 있기는 하나 KBS에 이어 1년여 동안 공영방송 구조 재편에 주력해온 방통위로서는 큰 장벽을 만났다.

이날 법원 결정에 따라 방문진은 신임 이사 선임 전 여권 우위 구도로 일단 돌아갔다. 여권에서 안형준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추진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아울러 이날 법원 결정은 이 위원장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방통위는 공영방송, 그중에서도 MBC 대주주인 방문진 구조 재편을 위해 사실상 1년 이상 집중했다.

방통위는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때였던 지난해 8월 초부터 야권 인사인 권 이사장과 김 이사 해임을 추진했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결국 이사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야권 우위 구도가 유지됐다.

이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현 위원장 직무대행)이 취임해 여권 우위 구도로 방문진 신임 이사들을 임명하기까지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이 임명과 탄핵소추안 발의, 사퇴가 반복됐다.

MBC의 야권 우위 구도·현 경영진 체제를 지키려는 야당 측과 이를 재편하려는 정부·여당은 연일 충돌했고 결국 국회에서 '방송장악 청문회' 등으로 양측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향후 이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 임명 전에 이뤄진 2인 체제에서 결정된 주요 의결들에 대한 시비도 불거질 전망이다.

방통위는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가 올가을 중 나온다면 연말 MBC를 비롯한 지상파 재허가 등 굵직한 안건을 처리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법원 결정에 셈법이 복잡해진 분위기다.

이날 법원 결정이 나오자 방통위는 입장문을 통해 "결정 내용과 이유 등을 검토해 즉시 항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향후 법원에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무효 등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는 점을 소명할 계획이다.

앞서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 임명 직후 김태규 부위원장과 '2인 체제' 상태에서 지난달 31일 방문진 이사로 김동률 서강대 교수와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6명을 새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