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전면 충돌하면서 '5차 중동전쟁'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 확전으로 수출 기업들의 판매와 운송길이 막히면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공급망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양측의 공격이 일단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미국 등 중재국들이 참여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언제든 추가 공습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쟁에 대한 우려감이 업계 전반에 가중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 확전 시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 판매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현대차그룹 중동 공략 교두보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이스라엘 시장에서 각각 16%, 14% 점유율로 1·2위를 기록한 바 있다. 현지에 공장이나 연구시설은 없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수송 문제 등을 겪을 수 있고, 확전 등에 따른 중동 지역 판매량 감소에도 대응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반복되는 위기로 이미 위험 지역 노선 운항을 대부분 중단해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았다. 다만 전쟁이 확전 분위기로 치달으면 관광 수요 등에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그나마 이스라엘은 종교 관광과 비즈니스 수요가 있던 곳인데 가중되는 위기로 노선 운항이 중단되고 이제는 재개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모처럼 실적 기지개를 켠 해운업계 역시 초긴장 상태다. 세계 원유 해상 운송에서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운임 상승과 수요 감소 등 시황 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보험료 폭등 가능성 등도 부담 요소다.
전자 업계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공장과 팹리스 스타트업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반도체 기술 개발과 생산 거점 지역 중 한 곳이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판매 법인과 연구개발(R&D)센터 등을 두고 있고, LG전자도 같은 지역에 판매 지점과 2021년 인수한 사이버 보안기업 '사이벨럼' 본사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발생한 이래로 비상 경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텔아비브는 전쟁과는 관련이 낮은 지역이지만 계속되는 전쟁 고조감으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