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능력 있는 개발자들은 은행으로 안 오고 곧바로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 가죠. 요즘엔 저기 말고도 갈 수 있는 플랫폼은 많잖아요."
시중은행들 간 정보기술(IT)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개발자 구인난'을 겪고 있다. 금융권이 규제산업이라는 점에서 최신 개발 트렌드를 쫓아갈 수 없고 제한적인 개발 환경으로 개발자들이 아예 발을 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은행권에서 디지털전환이 가속되며 행원들이 일할 점포는 축소되고 있는 반면 디지털 주도권 경쟁으로 IT 인재 확보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채용된 개발자들은 앱 개발과 모바일 환경 조성뿐 아니라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까지 전방위적인 분야를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은행이 원하는 만큼 충분한 인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코로나 시기보단 덜하지만 여전히 데이터 분석가, 통계학자, IT 개발자 등 전문가 품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이마저도 고급 인재는 은행이 아닌 각종 플랫폼 업체로 향하고 있다. 은행이 전통적인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IT 기술과 금융을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싶어도 인력 수급에 문제로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이는 은행이 개발자들에게 그리 매력 있는 직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발표한 'AI 활용현황과 정책개선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지주·은행·증권·보험 등 116개 금융사의 IT 직무 종사자 가운데 응답자 중 88.8%는 '업무상 AI 활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51.0%에 그쳤다. AI 도입·활용의 애로 사항으로는 응답자 중 65.7%가 '규제로 인한 활용 제한'을 꼽았다. 개발자들이 입행하더라도 각종 데이터 활용·공유 관련 규제에 묶여 실제 본인 능력을 마음껏 펼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타 업권과 비교해 경직된 문화와 보수적인 인사체계도 개발자들이 은행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플랫폼 업체들은 100% 성과만으로 승진과 연봉, 인센티브를 결정하는 반면 은행은 아직도 호봉제와 연공서열에 따른 연봉과 직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복장 자율화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넘어서지 못하는 곳이 많고, 진정한 의미의 유연근무제도 자리 잡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발자를 포함한 MZ세대에 보수적, 순혈주의, 연공서열 이미지가 강한 은행은 더 이상 매력적인 직장이 아니다"며 "능력과 성과에 따른 확실한 보상, 선진적인 개발 문화가 보장된 플랫폼 업체로 개발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은행은 고급 인재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