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올 한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 대신 변제해 준 금액(대위변제액)이 2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HUG는 든든전세주택 사업을 통해 대위변제액을 상계처리하고 자기자본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대위변제액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HUG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HUG가 확보한 든든전세주택은 1098가구로, 올해 목표치의 31.3% 수준이다. HUG는 올해 말까지 든든전세주택 3500가구 매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감정평가를 거쳐 시세 90% 수준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임대하는데, HUG는 최장 8년간 전세보증금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HUG는 든든전세주택 사업으로 대위변제한 주택을 직접 낙찰받아 자기자본 증가 및 유동성 증대 효과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HUG가 대위변제한 금액이 든든전세주택 임대 목표치를 훨씬 웃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1~6월) HUG의 대위변제액은 2조4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6506억원)에 비해 23.7%, 금액으로는 400억원가량 증가했다. 지난 7월 한달간 HUG의 대위변제액 규모는 3752억원에 이른다.
올들어 7월까지 2조4177억원에 달하면서 연말이 되면 지난해 대위변제액(3조5544억원)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지만, 든든전세주택을 통해 확보하는 유동성은 이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올해 말까지 3500가구의 든든전세주택을 모두 임대완료할 경우 HUG가 확보하는 현금 유동성은 최대 6500억원으로 상반기 대위변제액의 26% 수준이다.
든든전세주택으로 현금을 확보했더라도 회계상 임차인에게 8년 뒤 돌려줘야 할 보증금이기 때문에 부채로 인식된다는 점도 복병이다. 재무제표상 부채로 취급돼 당초 HUG의 목표인 재정건전성 회복엔 무리가 따른다.
경공매를 통한 채권 회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 공공자산 처분 시스템(온비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HUG가 공매에 나선 경·공매 물건 중 낙찰이 완료된 물건은 단 한 건도 없다.
HUG 관계자는 "든든전세주택으로 확보되는 현금을 자산으로 인식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추후 시세차익이 발생할 경우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8년 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이익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