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기차도 배터리 성분표 공개해야...지나친 공포감은 'K-경쟁력' 후퇴"

2024-08-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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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섭 성균관대 교수사진연힙뉴스
윤원섭 성균관대 교수[사진=연힙뉴스]

최근 한국(기아-SK온), 중국(벤츠-파라시스), 일본(테슬라-파나소닉) 등 3개국 전기차 배터리에서 모두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표적인 배터리 전문가인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무분별한 공포감은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을 막고, 더 나아가 'K-배터리' 경쟁력도 후퇴시킨다"며 "사회가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18일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공포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셀 제조사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셀 안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화학구조, NCM(니켈, 코발트, 망간)조성 비율, 실리콘 등등에 대한 성분도 충분히 공개가 돼야 한다"면서 "자동차나 배터리 회사 입장에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문제 때문에 공개하길 꺼리지만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매우 중요한 부품이고,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배터리의 가격과 성능, 회사의 제조 이력 등이 당연히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단순히 '중국산 배터리는 위험해'라는 인식보다 제조사들의 이력, 기본적인 기술력, 사태 해결에 대한 레퍼런스 등을 체크하면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면서 "같은 A 자동차 제조사가 3~4개의 배터리 셀 메이커 제품을 가져가야 한다면, 그 옵션 중에 어떤 걸 선택하는지까지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번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사고는 급속충전이나 높은 기온, 습도 등이 결정적 원인이 아닐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완속보다 10∼100배 빠르게 충전하니 전압이 더 올라가 조금 위험한 면이 있겠지만, 이미 이러한 화재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태"라며 "배터리 제조사들이 안전까지 고려한 스펙을 정하고, 자동차 제조사는 여기서 더 안전마진을 가지고 기준을 설정하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특히 더 안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아마 배터리 셀 내부 결함이 가장 합리적인 이유로 추정된다"면서 "결함이라고 하면 불량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그보다는 수억 개의 셀을 만들면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셀의 편차라는 말이 맞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그 편차 중 가장 밑단에 있는(성능이 떨어지는) 셀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 불안정해질 수 있고, 방치되는 상황에서는 점점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이를 잘 관리했다면 초동조치를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지금처럼 전기차 배터리 화재 원인을 과충전으로 단정 짓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표했다. 그는 "충전 깊이(충전율)와 화재는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지배적인 원인은 아니다"라며 "100% 충전이라는 게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NCM 배터리 양극의 100% 용량은 (g당) 275mAh가량인데, 실제로 사용한 것은 200∼210mAh 정도이고 이를 100%라고 규정한다"며 "다시 말해 우리가 100%라고 말하는 것은 안전까지 고려한 배터리 수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충전을 이보다 더하면 위험할 순 있지만 이미 과충전은 배터리 셀 제조사나 자동차업체 차원에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으로 차단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충전 깊이보다는 셀 내부 결함이나 그 결함을 관리하는 BMS 문제로 화재가 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쟁력도 높게 평가했다. 윤 교수는 "배터리 성능을 말할 때 '에너지 밀도'와 급속충전이 가능한 '파워', '비용'과 '제품의 수명', '안전' 등 5가지 조건을 살핀다"며 "배터리 3사는 일찍부터 매우 잘했고, 그간 몇 번의 대형 리콜 사태를 겪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있기 때문에 5가지 영역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기차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한국 산업이 얼만큼 경쟁력을 계속 가져갈 수 있는지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최근 (전기차에 대한) 과한 우려로 모든 것을 제한하는 분위기가 견고해진다면 한국 기업들의 발전에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해결방안으로 나오는 일차원적인 대안들에서 나아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검증하면서 깊이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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