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의안입법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 중인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옹자 보호에 관한 일부 개정법률안' 10건 중 절반인 5건이 대부업 등록 기준 중 자본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인·개인 등 구분 없이 대부업 등록대상에 대한 자본금 요건을 최소 3억원 이상으로 높이고, 이를 유지하지 않았을 땐 등록을 취소하도록 규제한다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자본금 요건을 최소 2억원으로, 이달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최소 1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법안을 내놨다.
이들은 불법사채 난립의 원인이 지나치게 낮은 대부업 설립 요건에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대부업법을 보면 자기자본 요건은 최하 1000만원 이상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록 대상 법인은 3억원 이상, 시·도 등록대상 법인의 경우 5000만원, 법인이 아닌 자는 1000만원 이상으로 규정한다. 지난 2015년에 최초로 요건이 설정된 이후 9년째 유지되고 있다. 제2금융권의 저축은행 설립에 필요한 최소 자본금이 40억원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보면 간극이 상당하다.
한 의원은 "대부업 등록 문턱이 지나치게 낮아 불법 대부업체들이 등록 업체 명의를 산 뒤,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도 "자본이 부실한 개인들이 손쉽게 대부업에 뛰어들 수 있어 대부업체가 경영 위기에 처할 경우 소비자가 불법 추심 등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크고, 소비자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대부업 등록 요건을 높여 잘못된 영업 관행을 바로잡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자본 요건 상향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고금리·불경기로 서민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민간에서의 서민금융 공급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자본 요건을 과도하게 높일 경우 취약계층을 향한 자금 공급 규모가 되레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대부업 시장은 고금리 여파로 조달금리가 급등했지만, 법정 최고금리 제한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쪼그라들고 있다. 대부업 대출 잔액은 지난 2021년 말 14조6000억원에서 △2022년 말 15조9000억원 △2023년 말 12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대부 이용자수도 2021년 112만명에서 2023년 72만8000명으로 2년 새 35%(39만2000명)가 급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업 요건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자본금 요건을 어느 수준까지 높일 것인지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당장 자기자본 요건을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10배 상향할 경우 현 등록 대부업체의 절반가량인 4000여개 업체가 자본 요건 미충족으로 라이선스를 반납해야 할 수 있다. 자칫 서민금융 공급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