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에 실핏줄 역할을 했던 지방은행이 인터넷은행에 밀리며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방은행의 강점이었던 저원가성 예금이 인터넷은행으로 빠르게 이탈하는 데 이어 대출 금리 매력도 떨어지면서다. 이에 지방은행들이 환경 변화에 맞게 재정비하고 디지털 사업 등 신사업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요구불예금은 2021년 30조원에서 지난 1분기 25조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터넷은행은 17조원에서 46조원으로 증가했다. 플랫폼 경쟁력, 차별화된 신상품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 인터넷은행이 저원가성 예금을 확대하는 동안 지방은행은 오프라인 채널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유지하면서 이익 기반이 약화되는 추세다.
인터넷은행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며 대출 잔액은 지방은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66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iM뱅크(옛 대구은행)를 포함한 6대 지방은행 가계대출 잔액인 68조90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방은행은 전통적으로 충성도 높은 지역 주민과 기업들의 저원가성 예금을 통해 시중은행 대비 평균 0.6~0.7%포인트 높은 순이자마진(NIM)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여수신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대금리차마저 줄어드는 추세다. 인터넷은행 3사의 평균 NIM은 2.32%로 이미 지방은행(2.13%)을 추월했다.
고령화·관계형 영업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 특성상 비용효율성도 낮다. 지방은행의 상반기 판관비율은 37~46%, 인터넷은행 3사는 평균 31%다. 지방은행 직원 1인당 충전이익(영업이익에서 대손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을 뺀 이익)은 인터넷은행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생산성이 낮다는 의미다. 오프라인 위주 영업 방식이어서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운 영향이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지방은행의 강점인 관계형 금융을 강화하거나 지역 특화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는 등 노하우를 시스템화하고, 점포 경량화 등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자체 모바일앱 이용률 제고를 통해 리테일 손님과 관계 강화는 물론 혁신금융 서비스를 활용한 금융·비금융 신사업 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