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한국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시장은 큐텐에 통합된 티몬, 위메프에서 촉발된 플랫폼 신뢰 위기로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현재 위기 상황은 큐텐의 범위를 넘어 지불대행업체(PG사), 카드사와 같은 조성기관을 위협하고 있으며, 특히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해 상품공급과 서비스 제공을 중단한 판매자를 생사의 갈림길로 몰아가고 있다.
특정 플랫폼의 관리 실패가 한국 온라인 커머스 생태계를 위협하게 되자 판매자에게 정산을 해주는 정산 주기가 문제의 원인으로 꼽히면서 정산 주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 우리 온라인 시장을 들썩이게 한 중국발 글로벌 플랫폼의 내수 시장 침투에 대해 상기해 보자. 국경을 넘어선 해외 직접구매가 커지고,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이 미치는 상황에서 우리 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플랫폼은 주요한 경쟁 수단이 묶이고, 해외 판매자를 해외에서 중개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자유롭게 사용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우리는 두 손 묶인 채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글로벌 플랫폼에 대항하게 된다.
그 결과는 닫힌 유통생태계를 추구하다가 아마존 재팬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온라인 시장이나, 중국계 플랫폼이 된 라자다가 자국 플랫폼인 줄 알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럼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통해 방어할 수 있을까?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생각하면 답은 명약관화하다. 또 다른 문제는 판매자 보호를 추구하다가 무자료 거래의 온상으로 커머스 플랫폼이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플랫폼은 근본적으로 오픈마켓이기 때문에 사업자의 진출입과 폐업 처리가 용이하다. 어떤 경우 정산 주기가 짧아지게 되는 것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무자료 거래의 유통을 부추기고, 심한 경우 재고가 한정된 무자료 거래 상품을 미끼상품으로 삼아 주문을 받은 후 정산받고 사업자는 사라지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실제 현재의 오픈마켓 시스템이 생겨나는 초창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이러한 사건이 우리 시장에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산 주기 규제가 대형 플랫폼에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차별적 서비스 개발로 성장하려고 하는 중소형 플랫폼이나, 시장진입을 노리는 신규 플랫폼의 경우에는 충분한 운전자금을 갖추고 있지 못해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특히 신규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시장의 전망을 흐리게 해 플랫폼 생태계의 역동성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차별적 사업체가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며 진입을 시도하지 않는 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
정산 주기와 판매자 관계관리는 현대 유통시장에서 유통플랫폼의 전략적 선택의 문제이다. 티몬, 위메프는 자금 흐름의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이 문제의 원인이지, 정산 주기 설정의 문제가 아니다.
판매자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현재 규정되어 있는 에스크로 제도나 판매자 보험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대신 판매가나 구매가가 비싸질 수 있는 희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플랫폼의 판매자 보호와 소비자 보호에 대한 역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촉진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정산 주기 규제와 같은 지금 당장 무엇인가 규제하는 대증적 요법은 속 시원하고 뚜렷한 해결책인 것처럼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플랫폼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 커머스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또 다른 제약요인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