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신규 택지 개발을 통해 주택 공급에 나선다. 반복된 대책에도 주택시장 과열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서울 외곽은 물론 서울 시내 일부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시내와 인근 그린벨트 등을 활용해 공공주택 공급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오는 11월까지 서울 1만가구를 포함해 5만가구 규모 신규 택지를 발표하고, 내년에도 3만가구 공급 계획을 추가로 발표할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중앙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에 동참하겠다"며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미래 세대의 주거 마련을 위해 개발제한구역 일부 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피치 못할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서울 시내 그린벨트를 활용한 대규모 주택 공급에 나서기로 한 것은 약 12년 만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 강남구 자곡동·세곡동 일원과 서초구 우면동·내곡동 등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2012년에는 보금자리지구 개발을 위해 강동구 고덕동·강일동·상일동 일원 그린벨트도 추가로 풀어 해당 기간 총 34㎢를 해제한 바 있다.
서울시는 그간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에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왔으나 집값 급등세가 가팔라지면서 서울 시내 택지개발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광역화 추세와 서울 시내 부족 용지 대체 관점에서 그린벨트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는 서울 시내 신규 택지는 '장기전세주택Ⅱ'(시프트2) 등 신혼부부 및 청년 주택을 우선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도 이날 "개발제한구역 해제 지역에 지어질 공공주택은 대부분 장기전세주택Ⅱ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오는 11월로 예정된 신규 택지 발표 시까지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력은 이달 13일부터 발생한다.
국토부는 그린벨트 내 택지개발과 관련해 일반 택지개발보다 보상 작업이 빠른 만큼 보다 신속한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주택 공급의 실효성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결국 강남권이 대상이고 공급 물량도 제한적"이라면서 "강남권에 국한하자면 서울 전역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파급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도 결국 공급까지 10년은 족히 소요되는 만큼 장기적 공급 대책이라고 봐야 한다"며 "단기적 공급 관점에서는 다주택자 재고 주택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향후 가격 쏠림 현상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더라도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개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정 기대감으로 인해 후보 지역 토지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