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블랙 먼데이'를 보냈던 글로벌 증시와 비트코인이 기술적 반등에 나섰지만 금융시장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주가 상승으로 더이상의 악재가 없을 줄 알았던 홍콩 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도 다시 손실 우려에 직면했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강해지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도 급락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홍콩 H지수는 5871.73으로 보합권에서 좁게 오르내리다 혼조세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을 괴롭혀온 ELS는 H지수가 5월 들어 7000선에 육박한 뒤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자 8월 이후엔 더 이상 손실이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3년 전 ELS 판매 당시 H지수와 손실구간 등을 종합했을 때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는 가입 시기에 따라 H지수가 6500~7000 이상 유지돼야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시아 증시 폭락으로 H지수도 불안 양상을 보이자 다시 홍콩 ELS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녹인형 상품을 판매한 국민은행은 H지수가 4774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은행은 노녹인 방식이어서 만기시점의 지수에 따라 손실률이 결정된다. 당장 8월 중 6200선을 회복하지 못하면 추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경기침체에 대한 시장의 공포는 가상자산 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전날 오후 한때 4만9121달러까지 떨어졌다. 오전에만 하더라도 5만9000달러 부근에서 등락 중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한나절 만에 1만 달러(16.9%) 폭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 가격도 18.5%가량 떨어졌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가상자산 시가총액(2조1000억 달러 규모)은 3000억 달러가량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비트코인만 시총이 1800억 달러 줄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6일 들어 가격이 소폭 반등해 비트코인은 5만5500달러까지 회복했지만 불과 1주일 전 7만 달러 고지를 넘보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20%가량 낮은 가격대다. 비트코인은 미국에서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가상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향후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에 반응하면서 주요국 주식시장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면 전날처럼 큰 충격을 받고, 미국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거나 경기침체 우려가 해소되면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에 불황이 올 것이란 두려움이 가상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겠지만 미국 경제 전망이 밝지 않아서 가상자산 시장도 당분간 좋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