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맞물린 외국인 매도세가 우리 증시 급락을 일으킨 지 하루 만에 일부 반등이 나타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를 경기침체보다 둔화 흐름의 연장으로 진단하고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관련 업종 중심으로 실적과 금리인하 수혜주를 선별해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6일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5일 시장 급락의 최대 원인은 1조5000억원에 달한 외국인 순매도였고 아시아 증시 동반 급락으로 발생한 투매도 주요인이었다"며 "침체보다는 경기 둔화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상반기 미국 기술주와 연계해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끈 AI, 반도체 업종의 동력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경기)방어주가 부각될 수 있으나 AI와 인프라 테마는 지속될 것"이라며 "AI의 경우 (앞서 과잉투자 논란이 있었지만) 당장 사업성보다 산업 주도권을 차지해야 하는 중기적인 산업 트렌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실적이 좋은 기업 중심으로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대응해야 한다"며 "반도체와 AI 테마를 계속 중심에 두고 방산, 에너지·전력 테마 등 실적이 좋은 쪽과 금리 인하 수혜가 크게 기대되는 헬스케어를 비중 있게 실을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예상되는 미국 금리 인하, 재정지출 변수인 대선 등 거시경제 지표와 정치적 이벤트가 국내 증시 변동성을 높여 당분간 급등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8~11월까지는 방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침체 공포로 리스크, 변동성 지표가 높아졌고, 코스피는 공포 심리에 질린 시장으로 당분간 급등락이 불가피하다"면서 "하지만 현재 지수대는 시간을 두고 볼 때 의미 있는 저점권으로 판단되며 2450포인트 수준부터는 변동성을 활용한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봤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예상이 어긋난) 미국 7월 제조업 PMI와 고용지표로 경기침체 의구심이 높아진 상황에 금융시장이 악재에 민감, 호재에 둔감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미 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엔비디아 실적 발표 등이 진행되는) 8월 말까지 변동성 확대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는 V자 반등이 아니어도 '계단식 회복'을 통해 연내 2800선 탈환이 가능해 조금씩 매수 비중을 늘려야 한다"면서 "8월보다는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9월, 또는 미국 대선 전 정부지출 기대감이 유입될 10월이 (매수 비중 확대에)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종우 센터장도 "(미국에서) 11월 첫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더해 정치적 이벤트가 연이어 진행돼 매크로 지표와 외부 불확실성에 민감한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빨라도 11월까지는 방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으로 보더라도 지금의 하락은 과도한 만큼 기술적인 반등은 (단기간에도) 가능하다"면서 "미국 경제지표, 연준의 대응, 엔 달러 환율 등을 추세 반전의 요인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날까지 일본을 비롯해 한국과 함께 급락한 아시아 증시도 진정되는 양상이다. 전날 12% 넘게 하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한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이날 장중 9%대 상승했고 다른 일본 주가지수인 토픽스도 비슷한 상승폭을 나타냈다. 전날 1.5% 하락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이날 장중 보합세로 방향을 틀었다. 8% 넘게 떨어진 대만 가권지수도 3%대 반등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다수의 악재가 주식시장 투자심리에 충분히 반영된 가운데 글로벌 주식시장 급등락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며 "일본은 현재 달러 엔 환율이 장기 엔저 트렌드 속 조정 국면이라고 판단하며 (주가 급락 계기가 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