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711.0원으로 전주 대비 2.5원 하락했다. 휘발유 가격은 6월 셋째 주 이후 5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다 6주 만에 소폭 하락했다. 경유 판매가는 전주 대비 1.9원 상승한 ℓ당 1548.3원으로 집계됐다.
국제 유가도 대체로 안정 국면이다. 지난 1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79.52달러로 전월 동일(86.60달러) 대비 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3.38달러에서 76.31달러로, 두바이유는 86.50달러에서 78.63 달러로 낮아졌다.
미국의 고용 지표 악화에 따른 '경기 후퇴(Recession)' 가능성과 중국 경기 부진 등으로 국제 유가가 일시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번 주 국제 유가는 주요국 경기 부진 우려로 하락했으나 하마스 지도자 암살 이후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가 하락 폭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심화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원유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유가 급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중동 정세 불안은 늘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급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유가 상승이) 멈췄는데 만일 전쟁이 확산한다면 국제 유가에 연동된 국내 기름값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일 '석유·가스 수급·가격 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정세 불안정성 심화로 인한 석유·가스 수급·가격 영향과 비상대응태세 등을 점검했다. 이번 중동 사태가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의 일차적 판단이다.
통상 국제 유가는 2~3주 간격을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기름값 상승은 2%대로 수렴하던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대형 악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는데 석유류 가격이 8.4%나 뛴 게 주요 원인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7.9%와 10.5% 상승했다. 유류세 인하 폭 축소와 더불어 국제 유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수출 플러스 행진에 지속되던 무역수지 흑자 기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 유가가 오르면 수입액도 덩달아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호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무역수지는 82억 달러 적자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가 상승은 기업의 비용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직접적으로는 수입·생산자 물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반영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