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3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오히려 감소전환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각각 2000억원대 감소를 기록했다. 특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715조7383억원)이 전달(708조5723억원)과 비교해 한 달 사이 7조1660억원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두 은행이 타행보다 가계대출을 타이트하게 관리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2021년 4월(9조2266억원 증가)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이었다.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하단은 2% 후반대였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3.0%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주담대 잔액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을 감지하고 뒤늦게 한 달 사이 3~4차례 금리를 상향 조정하며 총량 조절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지난달에만 주담대 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최대 0.53%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부터 주담대 금리를 총 4번, 최대 0.70%포인트 인상했다.
반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지난달에 이미 3% 초중반대의 금리를 제시했고 1차례, 최대 0.20%포인트 인상을 통해 전달과 비슷한 가계대출 잔액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만 이같은 수치는 7월에 한정된 것으로 가계대출 총량 추이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5대 은행이 연초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내놨던 증가율 목표치는 1.5~2%였다. 금융당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로 관리한다는 게 목표다. 현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모두 2%를 넘는다.
특히 이달이 가계대출 증가세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19주 연속 상승하며 부동산 경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주담대 금리 산정에 활용되는 금융채 금리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일을 당초 7월에서 9월로 늦추면서 스트레스 DSR 도입 전 '막차 수요'가 몰리며 주담대가 급증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적용되기 전 조기에 2단계 규제방안을 도입하는 방안, 차주 단위 DSR 상한선(40%)을 꽉 채우지 않고 자체적으로 더 낮은 상한선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고심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현재 전세대출·중도금대출·예적금담보대출 등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대출에 대해서도 차주 DSR을 산정해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의 금융환경을 감안하면 대출 금리 조절 외 추가 대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대출 상환능력 심사 강화를 비롯한 추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