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웠다.
김민종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남자 100㎏ 이상급 결승전에서 홈팀의 응원을 받은 프랑스 국적의 '세계 최강' 테디 리네르를 상대로 접전을 펼쳤으나, 그를 넘지 못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래도 1988 서울 올림픽 동메달을 차지한 조용철 대한유도회장을 넘어 한국 유도 역사상 남자 최중량급 최고 성적을 거뒀다. 리네르는 자신의 홈인 프랑스에서 그야말로 '라스트 댄스'를 선보이며,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빼앗겼던 올림픽 금메달을 되찾았다.
김민종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다. 올해 열린 2024 아부다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랭킹 1위'라는 타이틀을 얻고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4강전에서는 한일전이 펼쳐졌다. 상대는 일본의 사이토 다쓰루. 그는 일본 유도의 전설 사이토 히토시의 아들이다. 히토시는 1984 LA 올림픽과 1988 서울 대회에서 최중량급을 제패한 바 있다.
키와 무게에서도 김민종은 사이토 다쓰루와 큰 차이가 나 열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그는 정규 시간 1분 15초를 남기고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작렬시키며 한판승을 거뒀다.
마치 복수전과 같았다. 김민종은 조 회장 이후 나온 '유도 최중량급'의 한국 최고 스타로 통한다. 조 회장은 지난 1988 서울 올림픽에서 사이토 히토시와 준결승전에서 패배하며 동메달에 머무른 바 있다. 김민종은 사이토 히토시의 아들 사이토 다쓰루를 제압하며 통쾌함을 선사했다. 사이토 다쓰루는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패하며 노메달에 그쳤다.
결승전에서는 '세계 최강' 리네르를 만났다. 리네르는 이 체급의 명실상부 '최강자'다. 세계선수권 개인전 11회의 우승과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에서 2연패를 달성한 선수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을 포함해 무려 올림픽 메달만 5개를 갖고 있다. 이날 금메달을 추가하며 올림픽 메달 6개로 유도 역대 최다 올림픽 메달 수상자 단독 1위가 됐다. 2위는 일본의 여자 유도 레전드 다니 료코(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다.
리네르를 상대로 김민종은 기죽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203cm에 달하는 리네르와 184cm의 김민종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시켰다. 경기 막판 김민종이 리네르에게 허리 후리기 공격을 허용하며 한판패로 이번 개인전을 마무리했다. 김민종은 지난 2021년 개최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16강 탈락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매년 발전하며 이번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이라는 수확을 얻었다.
아직 23세의 젊은 나이에 올림픽 2위를 만들어낸 김민종은 앞으로도 한국 유도를 이끌어 갈 선수다. 이번 올림픽에서 그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리네르는 1989년생으로 노쇠화에 접어들고 있다. 은퇴가 머지않았다. 그렇기에 어쩌면 우리는 조만간 '김민종 시대'를 목격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