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는 2021년 대규모 환불 대란이 벌어졌던 '머지포인트 사태'와 맞닿아 있다. 3년 전 한국에선 신규 매출로 앞선 대금을 정산하는 데 쓰는 돌려막기식 사업으로 환불 대란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도 소비자와 판매자는 모두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업체 큐텐이 운영하는 티메프에서 정산 지연 사태가 터져 나온 건 판매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정산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다. 큐텐 그룹은 위메프 정산 지연이 전산상 오류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고 지난 22일 티몬이 정산대금 지급이 무기한 지연될 것이라고 공지하면서 사태가 격화됐다. 위기가 가시화하자 고객은 끊겼고 이후 정산이 밀리면서 판매자가 이탈하고, 소비자들은 환불을 요청해도 받을 수 없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머지 포인트 서비스를 운영한 머지플러스는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아 소비자 피해를 보상할 의무가 없었다. 전자금융업자 미등록 사유에 따라 머지 포인트는 금융당국의 감독·감시망에서도 벗어나 있었고, 당시 금융감독원은 감독 의무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책임 소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피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서도 안전판은 마련되지 않았고,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더욱이 금감원은 2년 전 티메프의 자본잠식 상황을 확인하고 경영개선 업무협약(MOU)까지 체결해 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금감원은 전자금융업법상, 관리·감독 규정상 티메프를 상대로 능동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머지 포인트 사태 발생 상황과 과정, 그리고 금융당국의 안일한 위기 대응마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은행은 물론 카드·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들을 연일 불러 모아 업계의 책임 있는 조치를 당부하고 나섰다. PG사를 향해서는 사실상 후속 정산과는 별개로 이번 결제 리스크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못을 박았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PG사의 결제취소 진행 현황 브리핑에서 "PG사는 물품판매·용역제공업자에게서 수수료를 받았고, 결제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사전에 위기를 감지하고도 안일한 대응 때문에 이번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후사정 상관없이 일단 (카드사나 PG사가) 손실을 부담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당국의 잘못된 위기대응 사례로 앞으로도 계속 언급될 것"이라면서 "과연 이런 조치가 적절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