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업계 공급 과잉 문제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능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된 반면 전기차 시장 둔화로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물량이 재고로 쌓이고 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수출로 재고를 정리하는 한편 반고체 기술 개발로 출구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자동차동력배터리산업혁신연맹에 따르면 올해 1~6월 중국 배터리 생산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37% 증가한 430GWh를 기록했다. 이중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량은 203.3GWh(기가와트시)였다.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도 전년 동기 대비 34%가량 증가하긴 했지만, 전체 생산량의 50%도 따라가지 못했다. 중국 배터리 업계 공급 과잉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배터리업체 SVOLT의 양훙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현재 리튬배터리 산업의 생산 능력 과잉은 2026년에야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생산 능력 과잉으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중국 내 배터리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그리는 가운데, 현재 가격은 와트시(Wh)당 0.3위안(약 57원)까지 떨어졌다.
중국 기업들이 넘쳐나는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수출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반기 중국 배터리 수출량은 60GWh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이중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출량은 49% 늘어난 23.9GWh를 기록했으나, 삼원계(NCA, 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는 35.6GWh로 9% 줄었다.
기업별로 보면 이 기간 CATL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46%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중국 내 상위 5개 기업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2위 BYD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4.7% 감소한 25%를 기록했다. 1, 2위간 격차 다시 2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양사의 중국 시장점유율 격차 15.9%포인트까지 줄기도 했다. CABL(6.8%)과 EVE에너지(4.2%), 고션(3.6%)이 뒤를 이었다.
수출 1, 2위 역시 CATL과 BYD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수출 시장에서는 BYD가 CATL보다 더 잘 나갔다는 것이다. 이 기간 CATL의 수출량은 20% 줄어든 반면 BYD 205%나 늘었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CATL가 1위, BYD는 6위를 기록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공급 과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외에도 배터리 기술 개발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중국 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 탑재율이 69%로 압도적으로 높지만, 반·전고체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니오는 이미 150KWh 반고체 배터리 양산에 들어갔고, 상하이자동차 계열의 즈지자동차는 급속 충전 반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 광저우자동차 역시 대용량 전고체 배터리 셀 개발을 완료해 2026년에 자사 전기차 브랜드에 탑재할 예정이다.
21세기경제망은 “올해 상반기 배터리 업계 키워드는 가격전쟁, 재고정리, 반고체, 해외진출”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