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인한 불황과 고금리 장기화로 올해 상반기 원리금을 갚지 못해 발생한 부동산 경매 신청이 10만건을 넘어서면서 2년 만에 74%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채를 갚지 못해 경매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지인이나 세입자(임차인)에 빚이나 보증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 연쇄 파산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임의·강제경매 개시결정등기가 신청된 건수 합계는 10만8134건으로 집계됐다.
임의·강제경매 규모는 지난 2013년 유럽발 재정위기 전후인 2012~2013년 12만건을 넘어서는 등 전고점을 기록한 이후 경기가 호전되면서 차츰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기준금리가 0.5%까지 낮아진 저금리 시기인 2021년과 2022년 상반기에는 각각 7만426건과 6만2292건으로 연이어 최소 규모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임의·강제경매가 다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로 전환됐다. 지난해 상반기는 8만1322건으로 2022년 상반기 대비 30.55% 늘었고, 올해 상반기는 10만건을 재차 돌파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32.97% 늘었다. 저점인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73.59% 늘어난 규모다.
특히 임의경매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지난해 주춤했던 강제경매가 올해 상반기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임의·강제경매 모두 부동산 경매의 일종으로, 입찰·감정 평가·매각 절차 등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일정한 기간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면 다른 법적 철자 없이 곧바로 경매를 진행할 수 있고, 강제경매는 법원의 판결(허가)이 필요하다는 차이가 있다. 통상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이면 임의경매를, 지인이나 임차인이면 강제경매를 활용해 왔다.
지난해 상반기 강제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만 살펴보면 3만1839건으로 지난 2022년 상반기 3만1799건 대비 40건(0.13%) 늘어나는데 그쳤다. 임의경매가 2만건 가까이 늘어난 것과 큰 차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강제경매 신청 건수는 3만6779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940건(15.52%) 늘었다. 아직 올해 상반기 임의경매 증가폭인 44.2% 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해와는 차이가 뚜렷하다.
이에 부동산·금융 업계에서는 채권자의 연쇄 파산 우려도 나온다. 금융기관보다 훨씬 취약한 개인들이 제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경우 이들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부동산 경매를 통해서 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이 있지만 경매 물건의 낙찰까지 시간도 상당히 걸리는 데다 빌려준 돈 전부를 회수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은 임의경매를 통해 충분한 자금이 회수할 때까지 버틸 수 있지만 강제경매를 신청한 개인들도 그럴 수 있다는 보증이 없다"며 "자칫 연쇄적으로 파산이 일어나게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