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규모가 2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전셋값이 최근 1년 이상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활황기에 계약을 맺은 전셋값에 미치지 못해 역전세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연간 전세 보증사고액은 약 5조원에 달하며 정점을 찍을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2조6591억원, 사고 건수는 1만2254건으로 집계됐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이 증가한 데는 역전세가 끝나지 않고 있어서다.
다만 월별 보증사고 액수는 2월을 정점으로 4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월별 보증사고액은 2월 6489억원을 기록한 이후 3월 4938억원, 4월 4708억원, 5월 4163억원, 6월 3366억원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월별로 3000억원 이상을 기록 중이어서 이 같은 추세라면 연간 보증사고액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4조3347억원을 넘어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이 정점을 찍었던 2021년 하반기 이후 하락이 본격화한 2022년 4분기 전까지 체결된 전세계약 만기가 올해 말까지 속속 돌아오기 때문이다.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을 요청받은 HUG가 같은 기간 내어준 돈(대위변제액)은 2조422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3347억원) 대비 53% 늘었다.
올해 전세 보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이었다. 빌라 전세사기 피해가 컸던 대표적인 지역이다. 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화곡동에서 발생한 보증사고는 498건으로 피해 규모는 1181억원이다.
화곡동 다음으로는 인천 부평동(485건·937억원), 주안동(327건·530억원), 숭의동(257건·494억원), 간석동(201건·353억원) 등 인천 지역의 전세 보증사고 규모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 이후 누적 기준으로 살펴봐도 화곡동과 인천 지역의 전세 보증사고 규모가 컸다.
화곡동에서는 2020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4년 5개월 동안 전세 보증사고 2952건이 발생했으며, 사고액은 6713억원에 달했다. 이어 부평동(2090건·4125억원), 주안동(1140건·1864억원), 숭의동(906건·1760억원), 간석동(797건·1517억원), 서울 양천구 신월동(711건·1587억원)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