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손가락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르노코리아가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이면서 판매량이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량의 주 구매층인 30·40 남성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르노 불매 운동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가 90% 이상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압도적인 1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3·4위 자리를 둘러싼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쟁은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강력한 3위로 부상했던 르노코리아가 신차 판매의 힘을 받지 못한 채 KG 모빌리티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로장주 엠블럼 등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뉴 르노 아르카나'를 출시하며 4월 판매량이 1만572대를 기록해 올해 처음으로 KGM(9671대)을 앞섰다. 브랜드 리뉴얼로 탄력을 받은 르노코리아는 4년 만에 신차 '그랑 콜레우스를 선보이며 하반기 KGM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르노코리아 직원이 자사 유튜브 채널에서 남성 혐오 표현으로 사용하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부정 이슈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 특성상 핵심 고객층의 남성 비율이 높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토교통부의 국토교통 통계누리 자동차등록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국내 남성의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1625만1795대(62.2%)로 여성 595만4459대(22.8%)에 비해서 세배 가까이 높다.
KGM은 하반기 신차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국내 시장에서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태도다. KGM은 올 3분기 출시를 예고한 토레스 플랫폼 기반의 쿠페형 신차(프로젝트명 J120)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 브랜드 홍보 영상에 등장한 'J120'을 보면 차지붕을 낮추고 뒷유리를 눕힌 쿠페형 실루엣을 갖추고 있다. 전면부는 내연기관차 토레스와 전기차 EVX를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다. 중앙의 주간주행등(DRL)과 리어램프 등 곳곳에 태극기의 '건곤감리'에서 따온 패턴을 적용해 디자인을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내수 점유율은 역대 최고치로 90%를 넘어섰다"면서 "남은 시장의 파이를 놓고 르노코리아가 연초부터 공격적으로 치고 나갔지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모든 노력이 공수표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가장 웃는 자는 KGM"이라며 "시간을 번 KGM은 하반기 신차 출시를 예고하며 판매량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