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보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에서 친윤(친윤석열)계의 '한동훈 쳐내기'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고, 이를 통해 한 후보가 총선 정국에서 처신을 잘못했다는 질타가 나오면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진 한 후보를 쳐내기 위한 친윤계의 정치 공작이란 지적도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총선 기간 한 후보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 4일 최초로 구체적인 텔레그램 문자 내용이 수면에 떠오른 뒤, 전날인 8일엔 언론을 통해 5건의 메시지 원문까지 공개됐다.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메시지의 취지는 야권에서 주도하는 자신의 특검법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하느냐, 마느냐였다. 한 후보는 5건의 메시지에 전부 답을 하지 않았다. 당정 사이에 공적 채널을 통해 논의가 이뤄지던 상황인 만큼, 텔레그램을 통한 사적 소통은 옳지 않았다는 게 한 후보 측 설명이다.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한 후보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당내 중진 의원 중 대표적 친윤계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자에 대한 진실 공방이 아니라 한 후보의 사과 표명이 필요하다"며 "한 후보 측에서 제기하는 김 여사 사과의 진정성 여부와 공과 사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당권주자들과 친윤계가 이처럼 날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한 후보 측은 이번 문자 논란을 주도한 세력이 문제라며 반박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인사인 장동혁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친윤 인사와 원희룡 캠프가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김 여사와의 사적 대화 원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손해를 본 것은 한 후보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원외 관계자는 아주경제에 "4·10 총선을 거치면서 한 후보와 윤 대통령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는 걸 (용산이) 원할 리 없다. 게다가 친윤계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한 후보를 압박하고 있는데, 문자 내용이 어디서 유출됐을지는 삼척동자도 계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 지도부가 지금 상황을 두고 '자해적 행태'라고 꼬집었는데, 한 후보를 쳐내기 위해 제 살 깎아먹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렇게 암투와 마타도어가 난무하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나오면 당 통합이 아니라 분열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