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해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국내에서도 투자 위축 속도가 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11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 중인 미국 등 고금리 상황 속에 펀드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다. 국내 금융사 역시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 상황이 악화하며 대출금 만기 전 회수를 요구받는 '기한 이익상실(EOD)' 사례가 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 대한 EOD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사가 해외 부동산에 대체투자한 35조1000억원 중 2조4100억원 규모의 EOD가 발생했다. 부동산 유형별로 보면 △오피스 8400억원 △주거용 3700억원 △호텔 1000억원 △상가 400억원 등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EOD 발생 규모인 1조33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EOD가 증가하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가 자리한다. 높은 금리로 인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부동산에 투자하는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해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앞서 펀드 등 형태로 부동산에 투자했던 국내 금융사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등 투자 손실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고금리 상황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서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인상 이후 연 5.25%~5.5%로 11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 중이다. 올해도 3차례 예상됐던 금리 인하는 점점 미뤄져 일러야 올해 9월부터 연내 1~2회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됨에 따라 당분간 재택근무 활성화로 오피스 수요 회복이 요원하고, 신규 주택 공급도 축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CPPI)도 여전히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장 최근 수치를 보면 미국은 지난달 122.7로 전년 동기 대비 6% 하락했다. 유럽도 지난 4월 98.6으로 같은 기간 5% 떨어진 가격지수를 기록했다. 당장에 올해 하반기 해외 부동산 펀드 수익률의 유의미한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 보는 이유다.
이에 따라 한국 투자자 사이에서도 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고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한 ‘설정잔액(총 투자액)’은 지난 4년간 계속 하락했다. 연도별로 보면 매년 상반기 말(6월 말) 기준 △2021년 2조2218억원 △2022년 1조9604억원 △2023년 1조8539억원 △2024년 1조5280억원 등이다. 3년 새 약 7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빠진 셈이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해외 부동산 펀드 수도 줄고 있다. 2021년 36개였던 해외 부동산 펀드는 2022년 35개에서 올해는 32개까지 감소해 한국 투자자의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한 줄어든 관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 하반기 역시 투자액은 물론 펀드 수도 더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