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시장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우리금융그룹이 롯데손해보험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MG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2주 연기되는 등 그동안 보험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대형 M&A에 잇달아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 M&A 흐름이 업계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우선 롯데손보 인수를 추진하던 우리금융이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돌연 불참했다. 그러면서 동양·ABL생명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양사 동시 인수를 위한 실사에 나섰다.
보험업계에 새로 적용된 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비율(K-ICS) 등 주요 지표가 안정화되기 전이라는 점도 실사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을 키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제도에서는 계리적 가정에 따라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이 크게 달라진다”며 “매수자 입장에서는 외부에 공개된 재무제표와 실사를 통해 확인한 수익성에 큰 괴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금보험공사도 지난 5일로 예정됐던 MG손보 매각 본입찰을 2주 연기했다. 예비입찰 이후 실사까지 마쳤지만 실사 절차가 2주가량 늦어진 점과 MG손보 대주주 JC파트너스와 금융당국 간 법적 분쟁 일정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잠재적 구매자’들 동향도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비은행 사업구조를 강화하려는 하나금융그룹과 금융지주사 전환을 도모하는 교보생명 등을 잠재적 구매자로 보고 있다. 양사는 이번 롯데손보·MG손보 매각을 말없이 지켜봤지만 적절한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지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는 이유가 비은행 사업구조 강화라는 점에서 같다. 이에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을 최종적으로 인수한다면 하나금융도 시장 탐색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작년 말 연결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2706억원, 799억원이다. 우리금융그룹(2조5167억원)이 인수한다면 이를 모두 합친 2조8672억원이 추후 당기순이익을 예측할 때 기준점이 된다. 하나금융그룹(3조4516억원)과 격차도 좁혀지는 만큼 드라이브가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M&A 특성상 양측 의사가 맞으면 급물살을 타는 만큼 현재 관련 이슈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실제 계약이 이뤄진다면 보험사의 장부가치와 시장가치 간 괴리를 극복한 사례가 되는 만큼 M&A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