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하반기 물가 향방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국제 유가 불확실성과 유류세 인하 폭 축소, 공공요금 인상 등 악재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상기후에 따른 먹거리 물가 재반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가 상승률 11개월 만에 최저…"하반기 2%대 초중반"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4% 올랐다.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 상승률이다.올해 1월 2.8%로 시작한 물가 상승률은 2~3월 3.1%를 기록했다. 이후 4월 2.9%, 5월 2.7%, 6월 2.4%로 둔화세가 완연하다. 상반기 물가 상승률은 2.9%다. 정부가 예측했던 '상반기 3% 내외 수준'이 들어맞은 것이다.
6월에도 먹거리 물가가 올랐지만 상승 폭은 줄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6.5%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신선과실이 1년 전보다 31.3% 오른 영향이 크다. 다만 신선채소(-0.8%)는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신선어개(-1.4%)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물가 기조를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2.0%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로 활용하는 방식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는 2.2% 상승했다. 실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 올랐다.
황경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기상 여건이 호조를 보이면서 농산물 가격이 하락했고 가공식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초중반대로 안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류·공공요금·먹거리 인상 가능성 여전…"할당관세 등 대응"
물가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게 석유류 제품이다. 6월 석유류 제품 물가는 1년 전보다 4.3% 오르며 2022년 12월(6.3%) 이후 1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오름세다.국제 유가도 출렁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직전 거래일보다 1.84달러(2.26%) 오른 83.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반기 원유 공급 부족 전망에 중동 정세 리스크가 겹친 때문이다.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되면서 기름값도 들썩인다.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은 25%에서 20%, 경유·액화석유가스(LPG) 인하율은 37%에서 30%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휘발유 유류세는 41원, 경유는 38원 올랐다.
정부가 상반기 내내 동결했던 공공요금 인상 요인도 있다. 소폭 조정이 예상된 도시가스 요금은 일단 유지됐다. 현재 도시가스 주택용 도매 요금은 MJ(메가줄)당 19.4395원으로 원가의 80~90% 수준에 그친다. 가스공사 재무 지표 악화가 심각해 조만간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3분기 가정용 전기요금도 동결 결정이 났지만 한국전력의 눈덩이 적자를 고려하면 상방 압력이 여전하다.
이상기후에 따른 먹거리 물가 반등 가능성도 있다. 올 초 '금사과' 논란의 근본적 원인 역시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7월은 여름철 기후 영향, 국제 유가 변동성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할당관세 신규 적용·연장과 농산물 비축으로 수급 불안에 대비하고 범부처 석유시장점검단 등을 통해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