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은 총선 민의에 따라 제1교섭단체 소속 의원 중 선출하고, 상임위원장도 제1교섭단체가 우선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 구성 지연 방지법'을 발의한다고 밝혔습니다. 22대 국회 원 구성이 개원 후 3주 넘게 지연된 것은 국회의장 선출 및 상임위원장 배분 기준이 국회법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란 겁니다. 원 구성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도 폐지하자고 했습니다.
같은 당의 황정아 의원은 원 구성 협상 당시 상임위를 보이콧한 국민의힘을 겨냥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담은 '일하는 국회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국회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할 경우 불참한 날짜당 세비 10%씩 삭감하도록 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겁니다.
민 의원은 "기존의 노력과 성과들이 반영되지 못하고, 심사 과정을 처음부터 밟느라 행정력 낭비와 입법의 시의성이 상실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국회의 효율성과 생산성 강화로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 "민주, '입법 독주' 도구로 국회법 이용"
그러나 국민의힘은 오히려 민주당이 국회법을 '입법 독주'의 도구로 이용한다고 반박합니다. 민주당이 지난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송3법'을 법안소위를 거치지 않고 단독 의결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습니다. 국회법 58조 2항에는 '상임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할 때 소위원회에 회부해 이를 심사·보고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겁니다.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태도를 두고 '정청래 방지법' 발의를 검토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정 위원장이 증인들에게 법에 규정하지 않은 퇴장을 명하는 등 공공연하게 증인을 모독했다는 겁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무더기 국회법 개정안 발의에 대해 "앞에서는 국회법을 지키라고 여당을 겁박하면서, 뒤로는 입맛대로 국회법을 뜯어고치는 '양두구육'의 행태"라며 "민주당의 국회법 개악 시도는 '이재명'을 지키고 '민주당의 국회'를 만들기 위해 법과 원칙을 모두 뭉개는, 의회사에 길이 남을 만행이자 폭거"라고 비판했습니다.
조국혁신당 “비교섭단체는 상임위 간사도 못 맡아“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비교섭단체는 상임위, 국정감사, 본회의 일정 논의에서 배제된다. 상임위원장은커녕 간사도 맡지 못하기 때문에, 상임위에 국무위원 출석을 요구할 권한도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법사위 소위 배정 때 정 위원장에게 이의를 제기했으나 반영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법사위는 법사위 고유 업무에 관한 법안을 심사하는 1소위와 타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의 자구 체계를 심사하는 2소위로 구성돼 있습니다.
박 의원은 2소위에 배정됐는데, 조국혁신당의 '한동훈 특검법', '검찰개혁 4법' 등을 심사하기 위해 1소위로 배정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박 의원실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1소위에 비교섭단체가 들어온 관례가 없다"면서 거절했습니다.
박 의원은 "과거 노회찬 정의당 대표도 1소위에 들어간 사례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20대 국회 때 고(故) 노회찬 당시 정의당 전 원내대표는 법사위의 고유 법안을 심사하는 1소위에 배정됐습니다. 2016년 7월 11일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1소위는 김진태, 여상규, 오신환, 윤상직, 박범계, 백혜련, 이용주, 노회찬 위원 총 8명으로 구성됐습니다.
황 원내대표는 "22대 국회는 원내정당이 여덟 개다. 역대 가장 많은 숫자"라며 "국회의 구성이 달라진 만큼 국회 운영 방법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여섯 홍길동을 품을 국회 운영 방식을 고민할 때"라고 말합니다.
국회법을 두고 각 정당들이 여러 해석과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국회는 본회의 중심주의가 아닌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상임위원회에서 안건을 주제별로 배정하고 논의하면 본회의에서 그 결과를 존중해주는 제도"라며 "이런 형태의 국회 운영 체제에서는 미국처럼 제1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지는 방식으로 개정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국회 운영 체제는 우리와 맞지 않다. 대한민국은 미국보다 정서적 양극화가 매우 크기 때문"이라며 "상임위원장 자리를 제1당이 독식하는 체제는 오히려 정서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거대 야당, 다당제 등 시대가 바뀌고 새로운 사례들이 생겨나는 만큼 지금의 정치 현실을 반영한 국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