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고대역폭 메모리(HBM) 성공신화 주역인 박명재 SK하이닉스 HBM설계 담당 부사장이 정상에 오른 배경을 설명하고 자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7일 박 부사장은 자사 뉴스룸에 공개된 인터뷰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성공은 벼락성공이 아닌 최고의 기술진이 15년 이상 집중해 갈고 닦은 고유 기술력의 성과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 회사는 이를 구현할 기술로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에 주목했고, 4년여 개발 끝에 2013년 세계 최초로 TSV 기반 1세대 HBM을 내놓았다.
2010년대 컴퓨팅 시장이 HBM을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지 못했기에, HBM 주목까지 긴 시간이 걸리며 HBM2 개발에도 난항을 겪던 시기가 있었다. 박 부사장은 이를 두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대 중후반 HBM설계 조직은 오지로 불렸다"며 "사업 우려가 커지면서 비관론이 쏟아졌지만, SK하이닉스의 고유 기술력을 보여줄 기회라 판단해 후속 제품 개발을 밀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HBM2E부터 외부 기대보다 높은 수준을 목표로 잡고, 고난도 기술 개발 및 접목에 나섰다. 이 덕분에 MR-MUF, HKMG, Low-K IMD 등 주요 기술과 현재 기틀이 된 설계 및 테스트 기술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2020년대 초반 들어 HBM3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이란 시장의 예상과 다르게, 공격적인 기술 개발과 투자를 이어온 SK하이닉스가 1위 굳히기에 성공했다.
박 부사장은 "당시 SK하이닉스는 기술력과 고객 관계 및 품질 측면에서 계속 혁신을 시도했다"며 "마침내 압도적인 성능의 HBM3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1위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 고유의 MR-MUF 기술은 고성능에 따른 발열을 가장 안정적으로 줄였다"며 "준수한 품질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고객 대응 수준을 높이는 등 종합적인 경쟁우위로 HBM3E를 명품 반열에 올렸다"고 덧붙였다.
박 부사장은 함께한 구성원의 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패키지와 미래기술연구원 등 많은 조직이 힘을 보탰다"며 "이러한 협업 시스템을 바탕으로 세대마다 성능을 50%씩 높이면서 전력 소모는 기존대로 유지해 세계 최고 성능의 HBM3E가 나왔다"고 말했다.
HBM 개발 공로와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박 부사장은 지난 5일 회사 핵심 기술진과 함께 SK그룹 최고 영예인 '2024 수펙스(SUPEX)추구 대상'을 받았다.
박 부사장은 최근 항간에 돌았던 '경쟁사의 HBM팀 이적에 따른 기술 개발 성공' 루머를 두고 사실무근이라며 "SK하이닉스의 HBM은 명확하게 당사 자체 기술이며, 당시 경쟁사에서 우리 HBM 설계 조직에 들어온 인력은 1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술력이 그만큼 대단하기에 헛된 루머가 돌 정도로 유명세를 치렀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우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부사장은 현재의 위상을 지키고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혁신을 강조하고 차세대 AI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HBM이 커스텀 제품으로 다양해지면서 앞으로 고객과 파운드리 업계 간 협업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며 "HBM뿐 아니라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와 지능형 반도체(PIM), 3D D램 등 다양한 차세대 AI 메모리 기술 분야에서도 선도 지위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