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가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추진과 그에 따른 '의료 공백 사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국회에서 대면해 각자 입장을 되풀이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복지위는 26일 오전 정부와 의료계 주요 관계자들을 불러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의대증원 이야기가 갑자기 총선을 앞두고 2월에 나왔다"며 "정치적인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 상황도 아닌데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가 4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다"며 "풀어가는 과정도 강경대응책으로 일관해 국민과 환자들만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 사회수석을 역임한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개혁은 역대 정부들이 하려 했지만 못한 일"이라며 "국민 70% 이상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잘못을 가리기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힘을 모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김예지 의원도 "필수 의료 기반 강화를 위해 시작한 의료개혁, 고령화되는 국민들을 위해 의료 수요 급증이 예상돼 대응한 개혁"이라며 "이런 사실이 정부가 의사 수 늘리는 것을 강행한다고 왜곡되고, 휴진 사태가 일어나는 등 국민들의 우려도 있다"며 아쉬워했다.
이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035년 의료인력 수급을 위해 10년 후를 내다봤다. 5년 동안 1만명을 (늘리기) 위해선 2000명 증원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전공의 단체행동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복귀가 너무 늦어져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금까지 복지부가 전공의, 교수, 의협에 대해 범죄자 취급하고 노예 취급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화가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또 "현 사태는 의사들이 만든 사태가 아니라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을 손 댄 복지부 공무원들이 만든 사태"라고 주장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입법공청회를 가졌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 책임은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1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혀 폐기됐고 야당이 22대 국회 시작과 함께 재발의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처리되지 않은 '과잉 입법'이라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반면 야당은 법 사각지대에 있는 다단계 하청노동자의 권익 등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