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對)아세안‧멕시코 투자와 수출을 확대하면서 해당 시장에서 한중 간 수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6일 발간한 '중국의 對아세안·멕시코 투자 확대에 따른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중국의 아세안 100대 수출 품목 중 40개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 시장에서도 양국의 30대 수출 품목 중 9개가 같았다.
아세안 지역의 한‧중 경합 품목 수는 2018년 32개에서 지난해 40개로 늘었다. 특히 경합 품목에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우리 주력 수출 분야가 다수 포함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중국의 공세로 우리의 아세안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6년 이후 7%대에 머문 반면 중국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23.9%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중 간 경쟁 심화 속에서도 아세안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은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아세안 100대 수출 품목 중 중복품목은 2018년 45개에서 2023년 40개로 축소됐고, 한국의 아세안 시장 점유율도 2022년부터 일본을 추월했다.
멕시코 시장에서도 한‧중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양국 경합 주요 수출 품목 수는 2020년 7개에서 2023년 9개로 늘었고 수출경합도도 같은 기간 0.315에서 0.352로 증가했다. 철강‧금속, 자동차,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무선통신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가 주를 이뤘다.
이에 보고서는 한국도 아세안과 멕시코에 투자와 수출을 연계하는 수출고도화 전략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중국은 아세안에서 산업단지 조성, 자원개발, 인프라 사업 참여 등을 통해 수출 연계성을 높이고 있어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이 아세안시장에서 산업생산과 해외 투자를 늘릴 경우, 아세안에서 생산된 중간재‧소비재의 대중 역수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범용제품의 대중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향후 우리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첨단·고급 제품으로 전환하고, 아세안시장 공략과 동시에 아세안을 경유한 대중 수출도 모색해야 한다.
장상식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인공섬 구축, 자원개발과 관련해 아세안 내 반중정서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국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K-컬쳐 활용과 함께 재생에너지‧스마트시티, 의료‧농업 분야의 협력 증진과 교역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에서 중국의 대미 우회수출 제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아세안‧멕시코 진출 한국 기업은 원산지 관리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