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KITA·무협)는 '미 의회 대중국 견제 입법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 대선을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의 대중 통상 공세가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118대 미 의회 개원 이후 9개월 동안 발의된 중국 관련 법안은 총 376개에 달했다. 추세대로라면 116대(476건)와 117대(432건) 의회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연방의회에서 검토 중인 주요 대중 견제 수단은 △ 고율의 관세 조치 △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 철회 △ 멕시코 등을 경유한 우회수출 방지 등이다. PNTR 지위는 미국이 비시장경제국에 대해 의회의 정기적 심사 없이 자동으로 최혜국 관세를 적용하는 근거로, 미국은 2001년 중국에 이 지위를 부여했다.
미 의회는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전기차, 조선·해운, 철강·알루미늄 등의 전략 품목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치의 강화를 요구해왔다. 이 법은 대통령에게 미국의 무역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할 권한을 부여한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118대 의회 회기 시작과 동시에 중국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초당적인 대중국 정책을 개발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130개의 입법 규제안을 담은 정책 권고 보고서를 채택했다. 여기에는 중국의 PNTR 지위를 철폐해 모든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근거 마련 내용이 포함됐다.
무협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PNTR 지위 철회가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관세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언제든지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내에선 중국 전기차가 관세 조치를 회피하고자 멕시코를 우회해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미 의회는 중국 기업이 제3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규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고서는 "해당 법안들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회기 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다음 회기에서 재발의된다면 초당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특정 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대중국 견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대중국 강경 견제 기조가 우리 기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중국의 제3국 우회수출을 차단할 경우 중국산 원료나 중간재를 사용하는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제3국 수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우리나라와 중국 간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