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동산 정책포럼] "인구 감소, 지방 소멸 문제 피할 수 없는 미래...정확한 처방과 맞춤형 대책 필요"

2024-06-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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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길 기자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부동산정책포럼'에서 패널들이 '인구구조 변화 극복할 부동산 정책 방향은?'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급변하는 인구구조, 부동산 시장 영향과 대책'을 주제로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부동산 정책포럼'에서 전문가들은 급격한 출생률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 지방 소멸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며 선언적 대책이 아닌 정확한 진단을 근거로 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년간 대규모의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만큼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전문가들은 향후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 문제가 계속될 경우 수도권, 특히 서울로의 인구 집중화가 불가피하다며 인구 쏠림 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공급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에는 좌장인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를 비롯해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해  '인구구조 변화를 극복할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창무 교수는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 문제에 대해 '다같이 살자'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며 "지방 소멸로 인한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피할 수 없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방과 수도권) 모두가 다 같이 살 수 없다는 상황을 인정해야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저출생,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많은 기관에서 저출생 문제에 대해 주택가격 상승 등 주거 문제를 큰 원인으로 꼽고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근본적인 원인을 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주거 비용 증가와 수도권 집중화 현상 등을 저출생의 원인으로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며 "젊은 층을 지방에 살게 한다고 해서 합계출산율이 올라갈 상황이 아닌 데다,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도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 우리나라가 특이한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주택가격 상승과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출산율 저하 원인으로 치부하고 문제점을 회피하는 선택들은 경계해야 한다"며 "냉철하게 현상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혼인율과 출산율 높이기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청년 주거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했는데 오히려 청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정부가 정책을 통해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엄밀하고 철저하게 정책을 점검해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소멸 문제를 '생활양식 변화'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과거에는 인구지표를 상주인구, 주간인구 등으로만 파악했지만 지금은 활동 형태에 따른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소득수준이 오르고 교통 인프라가 좋아지면서 '멀티 해비테이션', 즉 거처를 한 곳에 정해두지 않고 다양하게 머무르는 현상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러나 현 제도가 이 같은 생활양식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며 "1주택 중심 정책보다 수도권에 거점을 마련하고, 농어촌 등 외곽지역에 추가적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젊은 세대 중심으로 다양해지는 생활양식에 따른 정책적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기 외곽이 아닌 서울 도심에도 노인주택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려면 노인가구뿐 아니라 젊은층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2008~2009년 때도 실버타운 공급 관련 연구를 했는데, 서울 도심 내 주상복합 형태로 만든 실버타운이 결국에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일반 주상복합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똑같은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고령자만 입주한 노인주택은 지역에서 기피시설로 꼽힐 가능성이 높다. 고령자뿐 아니라 청·장년층 자녀세대도 함께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고려한 입주조건을 마련해 도심에 노인주택 공급이 활성화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율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도시 계획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거지와 업무지역이 떨어져 있어 '시간 낭비'를 만드는 한국 특유의 단절된 기능의 도시 형태가 계속되면 출산을 포기하는 가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도시학에서 '밀도는 축복인데 거리는 죄악'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난 20~30년간 강남을 중심으로 '일하는 도심'과 ‘주거 생활만 하는 베드타운'으로 도시 공간 구조를 나눠 교통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며 "강남 등 핵심 지역을 존치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정책을 마련하면 저출산,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자리를 서울이 아닌 수도권으로만 넓게 분포해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논의를 시작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전문가들은 지방 소멸로 인해 서울 등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주택 공급 대책 마련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서울은 지방에는 없는 다면적이고 심각한 주거문제를 갖고 있다. 사람이 몰리고 아이가 있는 가구는 경기도로 유출되고, 1인 가구는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며 "서울시가 다양한 공공주택 모델을 운영 중인데, 주택 공급주체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고 본다. 어떤 공급주체가 어떤 재원을 가지고 어느 곳에 주택을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서울의 경우 주택에 대한 내부 압력은 매우 큰데 이를 담아내지 못하면서 뉴욕 등 전 세계 주요 도시 중에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유일한 도시"라며 "집을 많이 짓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부가 육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주거 입지에 주택을 제공하는 등 '지어져야 할 곳'에 주택이 지어질 수 있도록 대책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권대중 교수는 지방에 양질의 주거, 인프라, 일자리를 제공해 인구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 교수는 "인구 감소 문제는 지역 균형발전이 우선돼야 해결이 가능하다"며 "양질의 일자리, 주거환경, 교육 등의 인프라를 지방에 구축해 젊은층이 지방에 머무를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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