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제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결론을 조만간 내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야당과의 협상에서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국민의힘은 투쟁성 의원총회에서 민생 현장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당 내에선 정쟁으로 인한 국민들의 정치 피로감을 해소하고, 정쟁 입법에 몰두하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점을 보이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 의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국회 원 구성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원장 배분은 국회 제1당이 11개, 제2당 7개가 합당하다"고 말했다. 여당과의 협상이 불발될 시 18개 상임위 독식도 가능하다고 주장해 온 민주당과 반대되는 의견을 낸 것이다.
우 의장은 또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는다는 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라며 "국회의 원 구성이 국민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현재 쟁점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다. 남은 상임위원장은 △정무위 △기획재정위 △외교통일위 △국방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7곳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원 구성을 전면 백지화해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13일과 17일 본회의를 열어 원 구성을 끝내려 했으나, 우 의장이 본회의를 개최하지 않아 무산됐다.
민주당은 오는 20일에라도 본회의를 열고 원 구성을 끝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언제까지고 원 구성을 늦출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여야 원내대표와 우 의장이 결론지을 문제지만,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20일에 본회의를 열고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고 전했다.
'원 구성 백지화'를 외치는 국민의힘은 대응책을 찾기 위해 매일 의원총회를 열고 머리를 맞댔으나 뾰족한 수는 찾지 못하고 끝났다. 당분간 의원총회를 멈추고 대신 민생 현장을 찾아다니며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는 2~3일은 중단하기로 했다"며 "오는 20일까지는 야당 및 우 의장과 여러 형태의 기회가 되면 협상 관련 대화는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원 구성 방향에 대해선 "원점으로 돌려놓으라는 것이 저희들 주장"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또 "국민의힘은 현장에서 우리 국민들 목소리를 경청하고 민생 현장의 실상을 직접 가서 확인할 것"이라며 "현재 의료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휴진을 결정한 병원으로 가볼 것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형태로 활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아무래도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지지부진한 상태로 오래 다퉈온 만큼 지켜보는 국민들께서도 피곤하시지 않겠느냐"며 "의대 파업이나 고금리, 고물가 등 일반 국민들에게 다가오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방탄 입법이나 일삼는 야당과 차별점을 보이겠다는 게 지도부 생각 같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