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캐피탈은 지난 7일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달 17일에 메리츠캐피탈 대주주인 메리츠증권이 100% 증자 대금을 납입할 계획입니다.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캐피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구조 변동은 없습니다.
이번 유상증자는 메리츠캐피탈이 보유한 자산 건전성을 강화하고 자본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은 메리츠증권이 높은 부동산금융 집중도를 보이고 있어 리스크 관리와 자본 적정성 관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사는 지난 11일 보고서를 통해 "메리츠증권은 다른 증권사들보다 IB 부문 비중이 높으며 적극적인 위험인수전략을 통한 고수익성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자본적정성 지표 저하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는 부동산 경기 회복지연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가계신용대출 점진적 확대 △상생금융 확대 △부동산대출 비중 축소 등의 포트폴리오를 꾸려갈 계획입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5월에도 우리금융에프엔아이에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지원을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이러한 지원이 지주사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의 재무 건전성이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우리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에 출자한 금액을 금융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은 은행지주 평균(2024년 3월 말 기준 112.2%)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금투입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금융지주의 실질적인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에도 금융권에선 모회사가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여신전문 계열사에 유상증자를 통한 재정지원에 나섰습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 계열사인 한국투자캐피탈과 한국투자저축은행에 각각 4400억원, 4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습니다.
유상증자 결정은 각 금융사의 재무구조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지만, 계열사 간의 자본 이동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합니다. 특수관계인을 통한 유상증자는 최대주주인 지주사 또는 자금력을 보유한 핵심 계열사가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계열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모기업이 참여하는 증자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인 자본 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실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연쇄적으로 자금난이 발발해 그룹사 전체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금융사들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동부, 한진, 현대그룹 등 대기업들이 자구계획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끼리 유상증자를 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많았지만 결국 부도가 발생하거나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