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이 넘는 서울 내 고액 월세 아파트가 전통 부촌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지역에서도 고급 단지 중심으로 1000만원이 넘는 고액 월세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서울 아파트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 순수 전세 제외) 실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전날까지 서울 아파트에서 500만원 이상 월세 계약이 가장 많은 지역은 강남3구로, 거래 건수는 총 27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전역에서 진행된 고액 월세 거래(434건)의 63%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단일 아파트 단지로는 ‘트리마제’가 월세 500만원 이상 계약이 73건 진행돼 가장 많았고,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18건), 도곡동 '타워팰리스'(17건), 용산구 한강로3가 '센트럴파크'(15건),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11건)의 순이었다.
이 기간 1000만원 이상의 초고가 월세 거래도 46건이나 됐다. 초고가 월세 중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한 것은 지난달 계약이 이뤄진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00㎡로, 보증금 3500만원, 월 35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진행됐다. 청담동 '청담린든그로브' 전용 203㎡도 지난 4월 보증금 5억원, 월 2080만원에 임차인을 구했다.
계약 갱신 때 월세를 300만원 이상 올린 사례도 나왔다. 삼성동 '동일파크스위트' 전용 174㎡는 지난 3월 보증금 5억원, 월 85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2년 전(보증금 5억원, 월세 500만원)과 비교하면 70% 상승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3' 124㎡는 2년 전 보증금 1억원, 월세 526만원에 거래가 이뤄졌으나, 올 4월 계약 땐 보증금 2억원, 월세 640만원으로 올려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고액 월세 현상은 용산·성북 등 강북 지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용산구 한남동 '한넘더힐' 전용 233㎡는 지난 1월 보증금 3억원, 월 2500만원에 세입자를 구했다.한남동에 위치한 '힐탑트레져', '나인원한남'도 월세 2000만원에 거래됐다.
업계에서는 고가 단지일수록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면서 고액 월세 시장도 커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고액 월세로 거주하는 임차인들은 주로 현금 흐름이 좋은 사업가나 자영업자, 월세를 지원하는 법인에서 근무 중인 임원들"이라면서 "고가 단지일수록 수십억원의 전셋값을 부동산에 묶어 두는 대신 월세를 선호한다. 집주인도 고액 아파트는 매매가 대비 전셋값을 높이는 한계가 있어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