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을 입은 소녀가 단상으로 올라 종을 울린다. 좌중이 침묵하는 가운데 청아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37번 종소리'와 함께 6·10민주항쟁 기념식 '오직 한마디, 민주주의' 행사가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는 민주화운동 관계자들이 희끗한 머리에 검은 정장을 차려 입고 모였다. 기념식을 주관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와 오세훈 서울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가수 박창근이 부르는 '타는 목마름으로' '상록수'를 함께 제창했다. 이후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중앙대 학생들 공연으로 이어졌다. 선창자가 "대한민국 열사들이여" "대한민국 민주주의여"를 외쳤고 사물놀이패가 답하며 뒤따르면서 이날 행사가 마무리됐다.
여야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이재오 사업회 이사장은 "37년 전 분노의 대상은 오직 독재였으나 지금은 자기와 생각이 다른 대상은 모두 분노의 대상이 됐다"며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제왕적 권력을 분권형 권력으로 개헌하고, 행정부 개편 및 지방자치제도 개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분권하는 데 더해 국회의원 선거 제도 및 정당 공천제도를 개혁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6·10민주항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전환점이 됐다"며 "우리 국민의 한결같은 소망이었던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내고,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의 토대를 다질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 평화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올해 하반기에는 '민주화운동기념관'이 개관한다"한다며 "국민의 참여와 열망으로 이뤄낸 민주주의의 위대한 여정을 기억하며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서울광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옛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 개관하는 기념관 소개 부스가 마련됐다. 기념관은 민주화 운동 관련 △기록·연구 △교육 △교류·연대 △전시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사업회는 이 밖에 6·10민주항쟁 관련 사진 전시와 '오직네컷' 부스 등을 운영했다.
한편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가 이날 오전 9시 30분경 서울시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유공자법은 이미 특별법이 있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외에 다른 민주화운동에서 피해를 본 이들도 유공자로 지정하자는 내용이다. 21대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지만 윤 대통령이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