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에 필요한 차세대 반도체의 자국내 양산을 가속화가기 위한 법 정비에 나섰다. 이와 더불어 내년에는 전국에서 자율주행 차량 운행을 실시하기로 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달 하순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할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 원안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네부토(骨太·골태) 방침'이라 불리는 이 기본 방침은 일본의 경제정책 방향을 밝히고 재정 운영과 예산 편성에 대한 기준으로 삼는다.
일본 정부는 기본 방침 원안에 차세대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법제상의 조치를 검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차세대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담보하는 법적 근거가 있으면 민간 자금을 포함한 중장기 투자 유치가 더 쉬워지고,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라피더스는 일본이 최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정부 주도하에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이 자본을 투입해 2022년에 설립한 신생 회사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주 올버니 소재 IBM연구소에서 라피더스 직원 약 100명이 2나노 반도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라피더스는 홋카이도에 건설 중인 공장에서 2027년까지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는 기술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라피더스는 반도체 양산에 5조엔(약 44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지만, 현재는 연구 개발에 사용할 정부 보조금 약 1조엔(약 8조 8000억원)과 민간 소액 출자만 마련한 상태다.
현재 최첨단 반도체는 3나노 반도체다. 전 세계적으로는 대만 TSMC와 삼성이 이 기술을 갖고 있는데, 이들 회사는 내년에 2나노 제품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에 건설하는 TSMC 제1·2공장 건설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 바 있지만 TSMC가 구마모토 공장에서 생산할 반도체는 가장 첨단 제품이 7나노 수준에 그친다.
이같은 상황에서 2나노급 최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가 법 정비를 통한 총력 지원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차세대 반도체 국내 양산 체제 구축은 일본의 성장력에 직결되고, 경제안보상 필요성도 높다"고 짚었다.
이 밖에도 기본 방침 원안에는 차량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2025년에 전국 일반도로 100곳 이상에서 실시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또 전국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 자율주행차를 연중 운행하는 계획을 수립해 버스와 트럭 운전기사 부족 문제를 해소한다는 구상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