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칼럼] 사법방해 돕는 변호사, 국민 법감정 안중에도 없나

2024-06-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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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수능시험이나 대입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의 언론 인터뷰에서 종종 듣던 말들이 있다. “검사가 되어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겠다,” “변호사가 되어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겠다.” 이러한 지망생들이 과거의 사법시험이나 현재의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과 변호사시험을 거쳐 법률 지식과 윤리의식을 갖춘 법조인으로 활약할 것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검사 또는 변호사로 사회에 진출하여 그런 인터뷰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두드러져 보인다. 과거 사건과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보면서 법조인이 갖춰야 할 덕목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2016년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서 중량감 있는 변호사들이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아서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초기에 스스로 잘못을 시인했다가 나중에는 범죄혐의를 부인하고 거짓말을 하곤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건 초기에 세 번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최순실의 ‘연설문 개입’을 인정하면서 사과와 유감의 뜻을 표현하고, 검찰과 특검 수사에 협조할 것이며, 임기 단축 및 퇴진까지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리고 최순실은 당시 독일에서 자진 귀국하여 검찰 조사에 출두하면서 “국민 여러분,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후 기자 간담회와 인터넷TV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범죄혐의를 부인했고, 최순실도 특검에 출두하면서 “(특검이) 박 대통령과 공동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고 소리쳤다. 이런 피고인들을 검찰 고위직 출신을 포함한 변호사들이 상전 모시듯 변호했지만, 각각 파면과 유죄 판결을 면하지 못했다.

최근에 유명 트로트 가수인 김호중의 '음주운전 및 뺑소니 사건'에서 한때 검찰총장 권한대행이었던 인물이 담당 변호사로 언론에 나타났다. 지난 5월 초순 김호중은 서울 강남구 인근에서 운전하다 정차 중인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났다. 그 후 3시간쯤 뒤 김호중의 매니저가 경찰을 찾아 자신이 운전했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조사 과정에서 당시 실제 운전자는 김호중이라고 밝혔다. 김호중은 충돌사고 17시간 만에 경찰서에 출석했는데 음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고 “유흥업소를 방문한 것은 맞다. 하지만 술은 먹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말을 바꿔 “술잔에 입만 댔다.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고 열흘 만에 김호중은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사고 현장의 CCTV와 당일 행적을 함께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게 분명한 듯한데 거짓말을 하고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했다. 이 사건의 변호사는 이러한 피의자를 변호하여 사회적으로 무슨 기여를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작년 7월 홍수로 실종된 민간인 수색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 처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과 직권남용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으로부터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경찰에 이첩하도록 결재한 후 다음날 돌연 이를 번복하였다. 이처럼 이첩 보류, 자료 회수, 국방부의 재검토 등이 부당한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하고 있다. 박 전 단장의 수사 결과 보고서에 임성근 전 사단장 등 8명의 혐의가 적시된 데 대하여 윤 대통령이 격노해서 이 전 장관이 자료 회수 및 수정을 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대통령에게 사건 결과를 보고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VIP의 격노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전 장관측 변호사는 “이 전 장관은 대통령을 포함한 그 누구로부터도 ‘사단장을 빼라’는 말을 들은 사실이 없고, 그 누구에게도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 이것이 실체적 진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박정훈 대령 재판에서 드러난 통신 조회 기록에 의하면 지난 7월 31일 이후 이종섭 전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 및 국방부 관계자들 간의 통화 내용으로 그간의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이제 이 전 장관의 변호사는 사건의 실체를 가감없이 정확하게 밝혀내야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국정 농단 사건에서 변호사의 조력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이 유죄 판결을 받도록 함으로써 검사들은 국가에 기여하였다. 한편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서 가수 김호중과 이 전 장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 유죄라고 생각하는 일반인이 많다. 하지만 변호사들이 이들에게 조력하여 무죄 판결이나 낮은 형량을 받아낸다면 일반인의 법 감정에 반하는 것이다. 그런 사례들 때문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지 않았는가?

과거에는 거악을 처단하거나 조폭을 척결하여 국민에게 인상을 남긴 검사가 있었지만, 요새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검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변호사로는 국가 폭력에 맞서며 인권 변호사로 각인된 고 한승헌 변호사와 조영래 변호사 등도 있었지만, 요새는 국가와 사회 또는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변호사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범죄 혐의자가 거짓말로 수사를 방해하면 비난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법 방해 또는 파괴 행위로 처벌받아야 하며, 경찰과 검찰 수사상의 혼선으로 인해 낭비된 인력에 대한 배상도 해야 할 텐데 변호사가 조력하는 것은 일반인의 법 감정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범죄 혐의자들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나 국선 변호사의 조력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변호사라도 혐의자가 잘못을 시인한 부분까지 변호해서는 안될 것이다.

법조인은 사회 현상에 대한 상식적인 마인드, 인간에 대한 공감과 애정, 그리고 공익과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공공의식 등 기본적 덕목을 바탕으로 법률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 권력이나 금력에 편향되어 진실을 외면한다면 AI 변호사에 대한 요구가 나올 수 있다. 로스(ROSS) 같은 AI 변호사가 법률과 판례를 분석한 뒤 사건의 실체에 근거하여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영화 「변호인」에서 보는 것처럼 그런 AI 변호사들에게 법조인의 덕목을 바탕으로 한 ‘올바른 판단’을 기대할 수 있을까? 법률전문가 양성과정에 적·인성 검사와 윤리·인성교육이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어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육대학교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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