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프리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건설사들의 아프리카 건설시장 진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는 현재 K-건설의 전체 해외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신규 먹거리가 많아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부터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지원을 늘리고 각국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국내 건설기업의 아프리카 수주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고 있다.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은 전날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지형근 삼성물산 부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등 건설업계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아프리카 진출 및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은재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등도 참석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아프리카 수주 실적은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지난해 아프리카 건설 수주액은 12억700만 달러(약 1조6600억원)로 전년(12억400만달러)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같은 기간 3.9%에서 3.6%로 낮아졌다.
현재 국내 기업이 진출한 아프리카 국가 수는 20여곳으로,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대우건설, 쌍용건설 등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5억8900만 달러 규모의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보수공사'를 수주했으며, 지난 2020년 수주한 '나이지리아 NLNG Train 7'(LNG 액화 및 부속 설비공사) 현장은 내년 11월 준공 예정이다. 대우건설 측은 "거점시장인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늘리고, LNG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건설은 2019년 1억9800만 달러 규모의 적도기니 '바타(BATA)국제공항 공사'를 수주해 지난해 말 공사를 완료했고, 작년에는 '적도기니 몽고모권역 상하수도' 공사를 수주했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도 아프리카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신도시 개발과 스마트시티 등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르완다 방문 당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 관계자가 동행하는 등 정부도 K-건설의 아프리카 진출 지원에 힘쓰고 있다. 당시 르완다 총리 및 인프라부 장관 면담에서 '키갈리 그린시티 프로젝트'(16만5289㎡)와 부게세라 신공항·배후도시 개발사업, 31만 가구 서민주택 건설사업 등에 대한 참여를 요청 받기도 했다.
건설사들이 아프리카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대규모 도시개발사업과 플랜트 공사 등 신규 사업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외건설업계의 한 전문가는 "아프리카는 현재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어 자체 도시개발 수요가 높다. 르완다를 필두로 여러 신도시 개발사업에 관해 정부가 밀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프리카에는 공적개발원조(ODA),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 기업들의 진출 발판을 마련하려면 정부 차원의 예산 확보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는 아프리카 내 석유·가스시설, 정유 플랜트 등 에너지 부문 건설시장을 비롯해 표준궤 철도 건설·항만 개발사업 등 국가·대륙 간 연결 인프라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또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 주요국은 기존 56GW(2022년)였던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2030년까지 300GW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외건설협회 아프리카 사업 관계자는 "아프리카 시장은 비용을 투입하며 진출을 해야 해 부담이 있지만, 그만큼 개발사업 참여 기회가 많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아프리카 건설사업 발주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다양한 협력 기회를 발굴, 민간 기업의 관심이 커지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