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말레이시아도 뛰어들 태세를 갖추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도체 제조 허브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반도체업계 행사인 '세미콘 동남아 2024' 기조연설에서 반도체 산업에 최소 5000억 링깃(1070억달러·146조원)의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와르 총리는 앞으로 집적 회로 설계, 고급 패키징과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더욱 고급 제조, 반도체 설계와 고급 패키징을 향해 나아가고자 가치 사슬을 다양화하고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강력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안와르 총리는 53억 달러(7조2371억원)의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안와르 총리는 지난달 22일 말레이시아에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반도체 설계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그는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를 불러 모으고자 세금 감면, 보조금, 비자 면제 수수료 등의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투자로 안와르 총리는 말레이시아가 차세대 고부가가치 기술 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번 계획에 담긴 반도체 설계 단지는 현재 가동 중인 반도체 조립과 검사(테스트) 외에 부가가치가 많은 '설계'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산업에서 전 세계 검사·패키징(후공정) 수요의 13%를 담당하고 있다. 2021년 인텔은 말레이시아에 70억 달러(9조5600억원) 규모의 첨단 칩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고, 독일 반도체사인 인피니언은 지난해 8월 말레이시아에 전력 칩 공장을 확장하고자 50억 유로(54억달러·7조3700억원)의 투자 소식을 전했다.
말레이시아는 공급망 재편의 혜택을 보는 곳 중 하나다. 중국 반도체 회사들이 제조 수요를 위해 중국 외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때 말레이시아도 주요 대상 지역 중 한 곳으로 고려되기 때문이다. 화웨이 계열사였던 중국 엑스퓨전은 지난해 9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업체인 말레이시아 네이션게이트와 파트너십 체결 소식을 전했다.
이외에도 중국에 본사를 둔 스타파이브는 말레이시아 페낭주에 반도체 설계 센터를 짓고 있고, 칩 패키징과 검사 업체인 통푸 마이크로일레트로닉은 미국 반도체 설계 업체인 AMD와 합작해 말레이시아 내 시설을 확장하겠다고 알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