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서울시 물류의 핵심 중추를 담당했지만, 지금은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서울 노후 차량기지들이 ‘상전벽해’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개발 잠재성이 큰 이들 가용지를 ‘직·주·락(職住樂)’ 도시로 개발해 각 권역의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시는 전날 ‘창동차량기지 일대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S-DBC) 기업설명회’를 통해 노원구 창동 차량기지에 대한 개발 청사진을 공개했다. 창동 차량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 등 인근 약 24만7000㎡ 부지를 서울 내 디지털·바이오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시가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한 지 약 11개월 만에 개발 밑그림이 나온 것이다.
화이트사이트(균형발전 사전협상) 도입을 통해 종 상향에 따른 공공기여량은 절감하고, 민간개발을 통한 공공기여금은 랩 센트럴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기업용지에 조성되는 서울형 랩 센트럴에는 공동연구센터와 기업지원센터, 행정지원시설 기타 비즈니스 공간이 들어서게 된다.
시는 복합용지에는 상업시설 및 주거시설을 확충해 직·주·락 구조를 완성할 방침이다. 복합용지의 경우 용도와 높이, 밀도 등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용적률도 1.2배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도의 대표 마천루인 ‘아자부다이 힐스’처럼 도시 기능이 한곳에 집약된 형태로,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확정해 소규모 주거 시설을 복합용지에 함께 조성하겠다는 것이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북권 개발사업을 담당 중인 한 서울시 관계자는 “노원역에 인접한 약 6만5000㎡의 복합부지에 상업·업무·주거 시설이 한 번에 들어서게 된다”며 “부지 자체가 주거가 주 용도는 아니기 때문에 사업 제안과 심사를 거쳐 비교적 소규모의 주거 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주거 시설 비중은 향후 검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해당 부지를 오는 2025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2027년께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현재 차량기지 등 저이용부지에 대한 개발 필요성을 절감하고, 가이드라인 제정 및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사업 형태는 직·주·락이 가능한 복합개발, 추진 방식은 기존 ‘톱 다운’에서 벗어난 ‘바텀 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시는 2022년 저이용부지 개발과 관련해 민간 제안 수용 후 중앙정부와 함께 이에 협력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는데, 이번 창동 차량기지 개발 역시 유치를 희망하는 기업들의 사업 제안을 고려해 부지 개발 계획을 확정 짓겠다는 구상이다.
서울교통공사 소유 차량기지의 경우, 서울시가 직접 개발에 나설 수 있어 우선 대상 목록에 오르고 있다. 교통공사 소유의 차량기지는 11곳인데 이 중 서울에 위치한 차량기지는 △군자차량사업소(성동구) △신정차량사업소(양천구) △수서차량사업소(강남구) △창동차량사업소(노원구) △고덕차량사업소(강동구) △방화차량사업소(강서구) △신내차량사업소(중랑구) △천왕차량사업소(구로구) 8곳이다. 이들 지역의 부지 규모만 총 162만8046㎡에 달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초 수서차량기지의 상부를 데크로 덮고, 여기에 상업·문화시설과 주거, 녹지공간을 복합개발하는 ‘수서 차량기지 입체복합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판교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서울 동남권역의 디지털 기반 첨단사업 복합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신정 차량기지 역시 상부 데크를 조성해 주거시설과 공원 등을 복합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시는 한국철도공사의 이문 차량기지 복합개발 타당성 조사 및 개발계획 구상 용역을 마무리하고 개발유형 검토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관계자는 “주거와 편의시설, 상업·업무 시설이 하나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직·주·락 구조는 이미 해외에서 도시계획 등에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 용역이나 자문에서도 미래 도시계획에 있어 필요한 부분이라는 의견이 있어 왔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정책에서도 반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