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택 규제 완화 움직임이 대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경제도시 상하이가 제일 먼저 나서서 주택 선불 계약금과 모기지 금리 하한선을 인하하는 등 부동산 부양에 팔을 걷어붙였다.
28일 중국증권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상하이시 주택건설위원회 등 4개 부처는 전날 저녁 이러한 내용을 담은 부동산 부양책을 발표해 이날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이혼 전 구매한 주택이나 증여 받은 주택은 주택구매 제한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했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사실상 '위장 이혼', '위장 증여'도 허용한 셈이다.
헌집을 팔고 새집을 살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도 내놓았다. 상하이 시내의 2000년 이전 준공된 70㎡ 이하 1주택 소유자가 상하이 외곽에서 신규 주택을 구매하면 최대 3만 위안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
아울러 주택구매 시 선불계약금 비율도 대폭 인하했다. 1주택 구매자는 기존의 30%에서 20%로 10%포인트(P) 인하하고, 2주택 구매자는 기존의 50%에서 35%로 조정했다. 특히 상하이 외곽지역의 경우에는 2주택 구매자도 30%까지 낮췄다. 이는 상하이 부동산 시장 사상 최저 비율로, 사실상 역대 최고의 부동산 정책 완화기에 돌입한 것이라고 중국 경제매체 중재망은 표현했다.
이밖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한선도 1주택 구매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현행 5년물 대출우대금리(LPR, 3.95%)보다 45bp(1bp=0.01%P) 낮은 3.5%로 인하했다. 2주택 구매자는 5년물 LPR보다 5bp 낮은 3.9%로 조정하되 외곽 지역의 경우 25bp 낮은 3.7%까지 하한선을 낮췄다.
다만 상하이의 선불계약금 비율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한선 조정 범위는 앞서 중국 중앙정부가 제시한 것보다는 작은 편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난 17일 중국 중앙정부는 대대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1, 2주택 구매자 선불계약금 비중을 각각 15%, 25%로 낮추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한선은 아예 폐지하면서 지방정부가 자체 상황에 맞게 선불계약금이나 대출금리를 결정하도록 했다. 또 지방 국유기업에 3000억 위안을 투입해 미분양 주택 매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른바 '5·17 부동산 대책'이라고 불린 이 부동산 부양책 발표 이후 산시성 시안, 허난성 정저우, 산둥성 지난, 후베이성 창사 등 전국 80% 도시가 이에 맞춰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았다고 중국증권보는 집계했다.
5·17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중국 부동산 시장이 차츰 활기를 띠고 있다는 신호도 포착된다. 중국 중위안부동산에 따르면 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인 5월17~18일과 25~26일 베이징 중고주택 거래량은 약 1900~2000채에 달했다. 장다웨이 중위안부동산 수석 애널리스트는 "5월 26일까지 베이징 주택 매매량이 1만4000채에 달해 5월 한달 1만7000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베이징 중고주택 시장의 호황·불황을 판가름하는 기준선인 1만5000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차이신증권도 보고서에서 부동산 부양책이 잇달아 시행되면서 주택수요가 풀리고 주택 판매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최근 부동산 시장 부양책이 금융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7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이달 초 발표된 부동산 시장 부양책이 단기적으로 부동산 수요를 늘릴 수 있지만, 레버리지 증가로 인해 모기지 채무 불이행 위험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선불 계약금 비율 완화, 주택담보대출금리 하한선 폐지 등 조치가 중소도시 은행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