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6일 지난해 5월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27일 개최되는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 리창 중국 총리와 각각 양자 회담을 가졌다.
기시다 총리가 최근 미국 국빈 방문과 해외 순방 등 정상외교에 매진하고 있는 점을 미뤄볼 때 이날부터 양일 간 개최되는 회담은 그의 지지율 반전 기회로 이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 이후 기시다 내각을 바라보는 여론은 여전히 냉담한 상황이다.
1987년 부친 기시다 후미타케 의원의 비서로 정치 생활을 시작한 뒤 1993년에 히로시마 중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 행보를 본격화했다. 기시다 총리는 1차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07년 내각부특명대신(오키나와·북방·국민생활·과학기술·규제개혁 담당상)으로 임명돼 처음 입각했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 출범 때는 외무상에 발탁돼 약 4년 8개월 재임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외무상 연속 재임 일수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차 아베 정권 당시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을 비롯해 방위상·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2020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에 이어 2위에 머물러 고배를 마셨다.
2021년 9월 재도전 끝에 자민당 총재로 당선된 그는 같은 해 10월 총리의 꿈을 이뤘다. 관용의 리더십을 가졌다는 기시다 총리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정치인이다. 그는 2015년 외무상 재임 시절 서울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에 직접 서명했다. 지난해 12년 만에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시키도 했다.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기시다 총리는 의장국인 한국에 지지의 뜻을 전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기시다 총리가 자국민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 외교적 성과를 얻어 30%를 밑도는 지지율의 반등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한국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국 정상회의에 대해 "북한 핵·미사일,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논의해 긴밀한 의사소통을 모색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최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미래를 위한 일·한 협력과 연계 방식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지혜를 내고자 한다"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 공동문서를 발표하고자 한다는 의욕을 나타냈다.